
[더구루=한아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억4000만여 개가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됐다는 조사가 나왔다. 선진국에서 백신을 지나치게 오래 보유하고 있어 나이지리아 등 개발도상국에 공여되지 못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분석사 에어피니티(Airfinity)는 최근 전 세계서 코로나 백신 2억4000여 개가 유효기간이 지나 활용하지 못한 채 낭비됐다고 발표했다. 낭비된 백신중 73%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과 이른바 백신 국수주의로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 불평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64만 회분 이상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3차 접종률 상승이 둔화한 가운데 요양병원·시설 집단감염 등으로 4차 접종도 진행이 늦어지면서 유효기간 만료 등으로 폐기되는 것이다. 백신 종류별로는 △모더나 백신(168만8990회분) △화이자(33만9684회분) △아스트라제네카(25만8090회분) △얀센(4만5915회분) 순으로 많이 버려졌다. 지난 2월 14일 접종이 시작된 노바백스 백신도 210회분도 폐기됐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백신이 버려지고 있는 반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는 백신이 부족한 상황이다. 접종률도 낮다. 가봉‧카메룬(0.1%), 에티오피아(0.3%) 등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의 국가와 자메이카(1.1%) 등 중미 국가에서는 부스터샷 접종률이 매우 낮았다. 공여받더라도 유통기간이 만료돼 쓰지 못하는 백신도 있었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선진국으로부터 260만 도즈를 공여받았지만 이 중 150만 도즈만 사용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중·저소득국에서 백신 접종이 늦춰지면 글로벌 거시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미국의 비영리 글로벌 정책 싱크탱크 기관인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개발도상국이 자국 내 집단면역 수준을 코로나를 차단할 정도로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하면 선진국 30여 국에 경제적 타격을 입힌다고 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가는 미국으로, 2022~2023년에 413억 달러, 2023~2024년에는 493억 달러의 손실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은 2022~2023년에 82억 달러, 2023~2024년에 97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