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SK하이닉스가 향후 반도체 수요 확대를 고려해 선제적인 공장 증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품질 이슈, 장비 수급난 등 잇단 악재에도 흔들림 없는 성장세를 자신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27일 열린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몇 년간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웨이퍼 기준 생산능력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에 팹을 가지는 시점 이전에 추가적으로 다른 팹의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확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에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메모리 반도체 공장 4곳으로 구성된다. 내달 기초 작업을 시작으로 오는 2025년 첫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완공 후 2027년 본격 양산한다는 목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되기 전까지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추가 생산기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이천 M16 P2, 청주 M15 P3와 중국 다롄팹 모드B 등에도 팹 공간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코로나19 셧다운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내부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과거에도 3D 낸드플래시 후발주자로서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과도하다는 업계 평가에도 불구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는 현재 경쟁사 대비 안정적인 램프업을 구현하는 등 주요 메모리 플레이어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과거 생산한 반도체 품질 저하와 장비 조달 이슈에 따른 생산 차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반도체 교체·보상을 위한 약 3800억원 규모 일회성 비용과 생산 물량 변화가 발생하겠지만 연간으로는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문제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종원 사장은 "지난 2020년 발생한 D램 공정 변화로 일부 제품에 대한 품질 저하 현상이 보고돼 고객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보상방안을 마련했으며, 향후 2년여 기간 동안 제품 교환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피해 규모는 향후 수요에 영향을 줄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신규 주문 수요를 대응하는 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사장은 "장비 리드타임 지연 이슈가 10나노미터(nm)급 4세대(1a) D램과 176단 낸드 같은 새로운 팹 램프업에 있어 현실적인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상반기에 몰려있던 케팩스(CAPEX·설비투자)가 연중으로 퍼지게 돼 연간 기준 웨이퍼 생산 케파 목표는 달성할 것으로 생각되며, 생산성 향상으로 생산 차질을 커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D램과 낸드 수요 관련해선 모바일, PC 등 컨슈머향은 다소 부진하겠으나 서버향 수요가 견조해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D램과 낸드 수요 성장률 전망은 각각 기존 수치인 10% 후반, 30%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반도체 업황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분기 기준 사상 첫 매출 12조원을 돌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1557억원, 2조85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3%, 영업이익은 116%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