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형수 기자] 창립 77주년을 맞은 한진의 3세 조현민 사장(미국명 조 에밀리 리)의 보폭을 넓힌 행보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조 사장은 올 1월 부사장 타이틀 1년 만에 부(副)를 떼며 고속 승진했다. 한진 미래성장전략과 마케팅 총괄 직무를 맡으면서 물류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로 성과를 내면서 그룹 내부에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
다만 내부 분위기와 달리 시장의 평가는 싸늘하다.
대신증권은 목표주가를 3만원으로 기존 4만원에서 25% 내렸다. 주가 역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2만1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최고가를 기록한 4월15일 3만3850원 대비 37% 빠졌다. 택배사업이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수익을 끌어올렸으나, 역 기저효과로 인해 최근 성장세가 둔화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의 3분기 영업이익은 26.35% 줄어든 245억원을 기록했다.
시장기대치를 21%가량 밑돌았다. 택배 처리량의 감소 여파, 물량 부진에 따른 택배사업부의 영업이익이 6개 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 하역 부문의 성장률 둔화 및 수익성 하락이 실적 상승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매출 상승은 위안이다. 매출은 70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5% 늘어났다.
문제는 본업인 택배 사업 부진이 전반적 수익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쿠팡 물량 이탈에 따른 택배 수익성 악화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0년부터 기타사업부문에서 분리되어 고성장을 이어온 글로벌 부문도 3분기에는 매출액이 1102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둔화됐다"면서 "글로벌 부문의 2021년 1분기~2022 2분기까지 6개 분기 동안 전년 대비 평균 매출 성장률은 56.2%를 기록하였으나, 이번 분기에는 10%대로 성장률이 하락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취임 1년을 맞는 조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그가 제시한 목표에도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조 사장은 지난 6월 첫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기자간담회에서 청사진을 꺼내들었다. 아시아 대표 스마트 솔루션 물류 기업으로 창립 80주년을 맞는 2025년까지 매출 4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을 달성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오로 인해 그룹 내 항공 관련 계열사에서 손을 뗀 조 사장은 한진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오너 경영인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하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여기에 그가 진두지휘한 신사업 부문이 실적에 기여하는 효과도 미미한 상황이다. 한진은 조 사장이 합류한 2020년부터 신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물류산업에 미래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업계 최초로 조성한 메타버스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로지버스)'가 대표적이다. 로지버스는 ▲미래형 풀필먼트 센터 ▲택배 터미널 ▲해상 운송·컨테이너 터미널 ▲항공·우주 운송 등 4개 테마관을 갖추고 업무에 활용한다.
중소상공인·1인 창업자를 위한 원클릭 택배서비스, 디지털 이지오더, 내지갑속선물 등 그가 주도한 사업 역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매출 비중은 낮은 수준이다. 이는 곧 조 사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진 측은 공격 투자로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사업을 확대하면서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3분기 수익성은 소폭 둔화됐으나, 누적 실적으로 보면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고객사 유치와 간선 및 허브 운영 최적화로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물량 확보와 인프라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유통 및 컨테이너 육상운송 신규 물량과 중량물 외항선의 대형 프로젝트 물량을 유치했다. 지난달엔 진에어와 항공화물 GSA(General Sales Agency)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태국,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으로 월 최대 300톤의 화물을 실어나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글로벌물류센터(IGDC)도 문을 열었다.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터미널은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터미널이 가동에 들어가면 하루 120만 택배박스를 처리할 전망이다.
한진은 동서울 허브 터미널을 메가 허브 터미널로 구축하기 위한 계획 수립, 전국 각 거점 지역 택배터미널 신축 및 확장 추진 및 자동화 설비 도입 등 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향후 5년간 약 5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물류사업은 유통 및 컨테이너 육상운송 신규 물량과 중량물 외항선의 대형 프로젝트 물량 유치와 함께 컨테이너 터미널 하역사업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신규 물량을 많이 유치했다"면서 "스마트 허브 시설에 대한 투자 강화를 통한 운영 효율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