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꿈꾸던 스타트업의 눈물

피터 포트, 수익성 악화·자금 조달 위기에 파산 직전
파트너 기업에 매각됐지만 채권자 합의 절차 남아
친환경 스타트업 전반 위기감 고조…셀바, 지난해 폐업 선언

 

[더구루=정등용 기자] 네덜란드 친환경 식료품 구독 스타트업 피터 포트(Pieter Pot)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수익성 악화에 자금 조달 상황마저 어려워지면서다. 친환경 스타트업 전반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25일 피터 포트에 따르면 주리 슈메이커 피터 포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파트너 업체인 델리카테센파브리크에 회사를 매각했다.

 

델리카테센파브리크는 피터 포트의 냄비 세척 공정을 담당하는 업체다.

 

슈메이커 최고경영자는 “항상 말했듯이 우리의 사명은 우리의 생존권보다 더 중요하고, 우리의 사명은 우리 자신의 위치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이제 우리는 필요한 곳에 돈을 넣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슈메이커는 피터 포트가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기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설상가상으로 피터 포트는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도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포트가 델리카테센파브리크에 매각됐지만 파산 가능성은 여전하다. 델리카테센파브리크가 피터 포트 채권자들에게 미지급금 중 일정 비율에 대해 합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피터 포트는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조던 코펠 델리카테센파브리크 최고경영자는 “채권자의 95%가 동의한다면 극단적으로 많은 금액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면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추가 투자를 진행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설립된 피터 포트는 순환경제 실현이란 목표 아래 친환경 식료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피터 포트는 해당 제품을 재사용 용기에 담아 배달하는 방식이다.

 

피터 포트는 지난 2021년 구독 고객 수 5만 명을 확보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총 70만 개의 재사용 용기를 활용해 400만 개 이상의 포장재를 절약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사업 확장을 위해 같은 해 투자자들로부터 900만 유로(약 12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와 자금 조달 위기가 이어지면서 파산 직전까지 몰리게 됐다. 피터 포트는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최소 주문량도 늘렸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사태로 친환경 스타트업 전반에 대한 위기감도 점차 높아지는 양상이다. 일반인들의 탄소 배출 절감을 유도하는 친환경 스타트업 셀바(Selva)는 지난해 폐업을 선언했다.

 

해리 헬리 허친슨 셀바 최고경영자는 “6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진정한 기후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그러나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한 의도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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