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일본을 대표하는 유기발광디스플레이(OLED) 업체 JOLED가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낮은 수율(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로 잉크젯 프린팅 방식이 경쟁력을 잃고 수익성이 악화된 여파다. JOLED의 파산으로 디스플레이 업계의 침체가 짙어지는 양상이다.
JOLED는 27일(현지시간) 도쿄지방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부채가 337억엔(약 33330억원) 달하며 이대로 더는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JOLED는 일본 노미·치바 사업장을 폐쇄하면서 약 280명을 해고할 예정이다. 100여 명이 속해있는 기술개발 부문은 일본 액정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JDI)에 매각한다. JOLED는 이를 위해 JDI와 '기본 계약'(Basic Agreement)을 체결했다.
JOLED는 2015년 1일 소니와 JDI,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과 민관공동투자펀드(INCJ)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OLED 시장을 선점한 한국 기업을 추격하고자 만들어졌다. JOLED는 잉크젯 프린팅 기술로 차별화를 꾀했다. 잉크젯 프린팅은 기판에 OLED 소자를 직접 인쇄하므로 삼성·LG디스플레이가 활용하는 진공증착 공정(진공상태에서 유기화합물을 뿌려 기판 위에 증착하는 방식)보다 간편하고 약 20~30%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기술 장벽이 높고 수율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JOLED는 2017년 세계 최초로 잉크젯 프린팅을 접목한 OLED 패널을 제작했다. 2019년 11월 노미에서 5.5세대 OLED 공장을 준공하고 월 2만장 규모로 10~32인치 패널 생산에 나섰다. 모니터부터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초대형 TV에 이르기까지 전 제품군을 잉크젯 프린팅으로 생산한다는 목표였으나 생산 안정화에 오랜 시간 큰 비용을 쏟아부어야 했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며 2020년 대량 양산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일본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와 4년간 진행한 10인치 OLED 개발도 2021년 실패로 돌아갔다. 반도체 공급난의 영향과 고성능 디스플레이 수요 악화,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대외 여건도 좋지 않았다.
JOLED는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해 버텼다. 2018년 덴소와 도요타 통상, 스미모토화학 등으로부터 470억엔(약 4660억원)을 조달했다. 2020년 TCL에 지분 10.76%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지원금을 확보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손실로 작년 3월까지 부채가 자산을 초과했다. 작년 상반기부터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졌다.
더욱이 올해도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디스플레이 업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시장조사업체 DSCC는 3년 동안 전 세계 디스플레이 장비 투자(입고 기준) 규모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61억 달러(약 8조원)로 전년 119억 달러(약 15조원) 대비 48%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업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자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장기 차입했다.
JOLED는 "독자적으로 생산 철수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원의 감독하에 회생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 제품을 구매할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