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K-방산' 수출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핵심 전략지인 호주에서 악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기대했던 실적마저 불투명해지며 김 부회장의 '한국판 록히드마틴'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는 보병전투장갑차(IFV)의 도입 대수를 450대에서 129대로 줄이고 추가 자주포 도입을 제외한 육군 무기 구매 계획을 발표한다. 이는 드론과 항공기, 잠수함 등 해·공군 자산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방위전략검토기구'(DSR)의 권고에 따른 조치다.
수정안이 공식화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IFV 입찰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180억~270억 호주달러(약 16~24조원)로 예상된 계약 규모는 대폭 줄어든다.
자주포 추가 수주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한화는 2021년 자주포 도입 사업인 '랜드 8116'을 따냈다. 이를 발판 삼아 '랜드 8116 2단계' 사업 수주를 꾀했다.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공장을 짓고 호주의 수요에 대응할 역량도 갖췄으나 호주 정부의 전략 변화가 예상치 못한 변수로 등장했다.
호주에서 수주가 축소되며 한화의 글로벌 방산 회사 도약도 잼검토가 필요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7월 100% 자회사였던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고, 12월 ㈜한화에서 한화방산을 8521억원에 인수했다. 방산 역량을 결집해 2030년까지 세계 10대 방산기업으로 키운다는 포부다.
방산 육성의 중심에는 김 부회장이 있다. 김 부회장은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작년 8월 부회장으로 승진,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글로벌 원팀'을 강조하며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국내 근무 인력 상당수를 미국으로 이동시키고 해외 법인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바꿨다. 해외 사업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한화가 세계적인 방산 기업으로 클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이집트와 2조원대 K9 수출 계약을 맺었다. 폴란드로부터 5조원 규모의 다연장로켓 천무 수출 쾌거를 올리고 루마니아와 무기체계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잘나가던 해외 사업은 호주에 발목이 잡혔다. 유럽과 미국 등 해외 방산 수출의 발판이 될 호주 사업에 차질이 생기며 한화의 해외 수주잔고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호주는 그동안 K-방산의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호주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자 안보 강화를 내세웠다. 2021년 12월 한국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합동 훈련을 펼치며 한국산 무기에도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한화는 호주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 첫 공장을 현지에 건설 중이다. 2024년 완공해 자주포와 탄약운반장갑차를 생산한다. 지난 2월 28일부터 6일 동안 열린 '2023 호주 아발론 국제에어쇼'에도 참석해 IFV '레드백'을 홍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