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가 스페인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약 2조원을 투자한다. 당초 계획 대비 투자 규모를 3배로 늘리며 유럽 하이엔드 동박 생산거점 역할을 확대한다.
카탈루냐주 몬로이치(Mont-roig del Camp)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시의회가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이같은 투자 계획을 담은 도시 개발 협약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총 12억 유로(약 1조7117억원)를 쏟아 3개 공장을 건설하고 600명을 신규 채용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신공장은 엘스 코멜라레츠(Els Comellarets) 산업단지 내 44만1400㎡ 부지에 들어선다. 각 공장은 동일하게 4억 유로(약 5600억원)을 투자하고, 연간 3만t 규모로 짓는다. 첫 번째 공장은 오는 2025년 가동되며 2·3공장 투자 시점은 1공장 운영 일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양측은 지난달 방한한 프란 모란초 로페즈 몬로이치 시장과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의 회동을 계기로 투자 확대 계획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페즈 시장과 김 대표이사는 인허가 행정절차와 상호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카탈루냐 무역투자청(ACCIO)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롯데케미칼이 인수한 후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진그룹 소속 시절 첫 발표한 스페인 공장 초기 투자액은 5000억원이었다. 롯데그룹 일원으로 합류한 뒤 투자 규모를 5600억원 늘린 데 이어 또 한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대대적인 증설을 단행키로 했다.
카탈루냐주와 몬로이치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애 작전을 펼쳐왔다. 증설 결정시 행정절차 간소화와 지원책을 약속했다. 동박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현지 정부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투자 확대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동박은 얇은 구리 막으로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 원료로 쓰인다. 배터리에서 전류가 흐르는 통로 역할을 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시장 규모는 2018년 1조5000억원에서 2025년 10조원 이상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생산 능력은 작년 말 기준 국내 동박 업체 중 1위인 6만t이다. 향후 스페인, 말레이시아, 미국, 헝가리 거점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동박 생산량을 24만t으로 늘리고, 글로벌 하이엔드 동박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로저 토렌트와 라미오 카탈루냐주 경제노동부 장관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프로젝트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카탈루냐주 주정부의 우선순위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며 "당초 발표한 것보다 더 높은 투자 전망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롯데의 약속을 통해 우리는 유럽 남부 모빌리티 산업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페즈 시장은 "(시의회 승인은) 오래 전에 발표되었고 1년 간의 협상 끝에 실현될 수 있었던 투자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첫 번째 큰 행정적 단계"라며 "1년 전 투자 발표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공장 수와 일자리 수에 대해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스페인 업무협약은 10만t의 하이엔드 동박 생산라인이 들어설 수 있는 규모의 총 면적 44만1400㎡ 부지의 사용을 승인한다는 것이 골자"라며 "현재 2조원 투자는 확정된 바 없으며, 금번 몬로이치시 시의회 승인은 1단계 연산 3만t의 하이엔드 동박을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 신설을 승인하는 건으로 향후 단계별 추가 증설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