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S전선 '글로벌 해저케이블 1위' 자신 이유 '동해'에 있었네

아시아 최대 HVDC 해저케이블 생산기지 ‘LS전선 동해공장’ 가보니
VCV타워·전용 포설선 경쟁력 핵심…"타워 높이, 생산력 좌우"
'안전 제일' 동해사업장…일찍이 선진국 안전·환경 규제 적용

[더구루=정예린 기자] 드넓은 동해 바다 옆에 자리한 LS전선 동해사업장은 동해항과 불과 약 30m 떨어져 있다. 30m 조차도 4차선 도로 위 케이블 전용 육교로 연결돼 동해공장에서 생산된 해저케이블을 운송한다. 부두에 도착한 뒤에는 지하 시설을 통해 동해항에 정박한 LS마린솔루션의 해저케이블 포설선 GL2030 선박에 최종 제품을 싣는다. 

 

지난 19일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만난 여상철 동해공장장은 해저4동 내 고압교류송전(HVAC) 해저케이블 생산타워인 'VCV타워'에서 한 눈에 담기는 LS전선 동해공장과 동해항 인근을 바라보며 해저케이블 운송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 '아파트 63층 높이' VCV 타워에 해저케이블 전용 포설선까지 확보

 

동해사업장은 LS전선이 지난 2009년 국내 최초로 준공한 해저케이블 생산 공장이다. 1공장으로 시작해 현재 4공장까지 두고 있다. 연면적 27만㎡, 누적 투자액만 약 8555억원에 이른다. 고압직류송전(HVDC)과 HVAC 해저케이블을 모두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엔지니어 140여 명을 포함해 총 450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인력을 확충하고 있으며, 내년 임직원 규모는 5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최근 가동을 시작한 해저4동은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국내 유일 HVDC 해저케이블 전용 생산기지다. 해저4동은 내년 7월 풀가동된다. 지난 5월 해저4동에 설치된 VCV타워는 여러 가닥의 전력선을 수직으로 이송·연합해주는 수직연속압출시스템이다. HVDC 생산의 핵심 설비다. 높이 172m의 초고층으로 아파트 63층 수준이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를 통틀어 가장 높다. 

 

VCV타워와 LS마린솔루션이 보유한 GL2030 선박은 LS전선 미래 사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VCV타워가 HVDC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GL2030을 통해 세계 각지에 포진해 있는 고객사에 납품한다. 해저케이블 생산부터 시공, 추후 운영·관리 분야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부사장)은 이날 동해사업장 시설 투어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블 절연체가 두껍기 때문에 액체 상태의 절연체에 고체를 감싸는데, 수평으로 생산하면 중력 때문에 진원을 만들기 어려워 위에서부터 수직으로 내려오는 VCV타워를 세운 것"이라며 "속도가 관건이기 때문에 VCV타워가 얼마나 높냐에 따라 생산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LS전선이 LS마린솔루션을 품은 주된 이유 중 하나는 GL2030 때문"이라며 "GL2030은 특수배이기 때문에 하루 임차료만 1억원 이상이 드는데 LS마린솔루션 인수로 얻은 GL2030과 VCV타워 등 2가지만 조합해도 LS전선에 큰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LS전선은 지난 8월 국내 1위 해저케이블 시공 전문기업 'LS마린솔루션'을 인수했다. LS마린솔루션을 손에 넣은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제조에서 시공까지 통합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설계, 자재 납품, 시공까지 모두 따내는 '턴키(turn key)' 수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LS전선이 케이블을 생산하고 LS마린솔루션이 전선 포·매설을 담당한다. 

 

◇ "수직연합기가 해저케이블 핵심…LS전선 독자 개발"

 

동해사업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압도적인 설비 규모였다. 수십 km 길이의 해저케이블을 다루는 공장 답게 곳곳에 대규모 장비가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이목을 집중시킨 장치는 '수직연합기'와 '턴테이블'이다.

 

수직연합기는 절연이 끝난 케이블을 꼬아 결합한 뒤 3심(Core) 해저케이블로 만들어주는 장비다. 수직연합기로 케이블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고객 요청에 따라 광통신 섬유 등도 함께 넣어 생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십 km 길이의 해저케이블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금속외장 공정을 거친 뒤 '턴테이블'에 보관된다. 동해공장은 케이블 보관 설비인 턴테이블을 약 29개 보유하고 있다. 이중 최대 용량인 1만t급 턴테이블만 4개에 이른다. 

 

여 공장장은 수직연합기에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당사가 독자 기술로 개발해 만든 수직연합기는 3개 케이블을 꼬아주는 해저케이블 생산 핵심 기계"라며 "절대 촬영 금지고 외부 유출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 공장장의 목소리에는 자부심과 함께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동해공장 해저1~3동은 HVAC, 해저4동은 HVDC 해저케이블 전용 생산기지로 운영된다. 각 공장 모두 HVAC와 HVDC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지만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 규모와 설비에 맞게 공정을 최적화했다. 

 

해저케이블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해저케이블 생산을 위한 해저1~4동 외에 산업특수케이블을 생산하는 산특동도 있다. 이 곳에서는 조선소, 항공사 등에 납품되는 케이블을 만든다. 동해공장 전체 매출의 4분의1을 담당하는 만큼 만만치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 바쁘지만 느리게…'안전 우선' LS전선만의 속도로

 

LS전선 동해공장의 속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주문량과 상반되게 느리게 흘러 간다. 밀려드는 수주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정해진 규정·절차를 착실히 지키며 고객사 일정에 맞춰 물량을 소화한다. 

 

작은 기포나 이물질에도 문제가 발생하거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해저케이블을 만드는 시설인 만큼 각 공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 또 고압의 전력을 다루고 대용량 전기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므로 자칫 동해시 전체가 정전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실제 동해공장에는 '갱(gang)웨이'라고 불리는 다리가 설치돼 있다. 갱웨이를 통해 공장에서 동해항 뿐만 아니라 사업장 내 해저1~4동 전체를 연결한다. 쉽게 말해 케이블을 옮기는 시설이다. 생산이 마무리되지 않은 케이블은 지붕이 있는 '갱웨이'로, 생산이 완료돼 외부 이물질 등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케이블은 지붕이 없는 '갱웨이'로 이동한다. 

 

갱웨이는 상황에 맞게 속도와 텐션을 연동해 작동된다. 최종 생산된 케이블이 배까지 선적되는 데 긴 케이블은 약 보름, 짧은 케이블은 약 7일이 소요된다. 포설선로 운송된 후에도 배에 설치된 텐셔너를 사용해 케이블이 꼬이지 않고 잘 선적되도록 한다. 이 과정도 케이블에 따라 수일이 걸린다. 기자가 이날 GL2030에 승선해 살펴본 '비금도 해저 연계 포·매설 사업'을 위해 선적되고 있는 직경 230mm의 케이블은 운송 작업에는 약 4일이 소요된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형원 부사장은 "메인 고객인 선진국 회사들이다 보니 물건만 잘 만들면 됐던 과거와 달리 물건이 만들어지기까지 안전과 환경에 관련된 모든 과정을 신경쓴다"며 "이 때문에 LS전선은 중대재해법이 생기기 전부터 선진국에서 하는 안전과 환경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당사 중대재해위원회가 매달 한번씩 열려서 안전 규칙 등 잘 이뤄지고 있는지 결과물을 보고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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