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한아름 기자] 이마트가 미국 사업 전면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2년 전 미국에 야심차게 선보인 유통 브랜드 '뉴파운드마켓' 사업을 접는다. 뉴파운드마켓은 강희석 전 이마트 대표가 추진한 핵심 사업이었던 만큼 업계에선 그의 퇴진으로 이마트가 '강희석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강 전 대표는 이마트 실적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면서 4년 만에 물러났다.
9일 이마트 미국 자회사 굿푸드홀딩스에 따르면 내달 뉴파운드마켓이 문을 닫는다. 수익성 없다는 판단 아래 사업을 중단한다고 회사측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뉴파운드마켓은 이마트가 인수한 굿푸드홀딩스의 브리스톨팜스가 2022년 출범한 유통 브랜드로, 프리미엄 식료품(그로서리) 판매와 식음료(F&B) 레스토랑을 갖췄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2년만에 손을 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사업 철수는 고객 감소 등의 여파로 극심한 사업 부진을 겪고 있는 데 따른 비상 조처로 풀이된다.
닐 스턴(Neil Stern) 굿푸드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뉴파운드마켓 콘셉트가 잘못된 게 아니라 실적이 부진해 매장 운영을 중단한다"며 "내부 식음료 레스토랑은 브리스톨팜스 등 당사 마켓에 순차적으로 입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마트를 총괄했던 강 전 대표 퇴진에 이어 뉴파운드마켓 사업 철수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본다.
앞서 강 전 대표는 지난 4년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함께 미국 출장을 오가며 뉴파운드마켓 사업을 진두지휘했다.미국 프리미엄 식료품 시장을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2022년 미국 내파밸리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인수하며 시너지를 모색했던 만큼 사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당시 이마트는 미국에 첫 독자 유통 브랜드를 선보였다며 이듬해 오레건주에 추가 출점한다는 소식을 밝히면서 사업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다만 뉴파운드마켓이 기대와 달리 이렇다할 성적표를 내지 못하자 포트폴리오 변화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강 전 대표 역시 뉴파운드마켓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적지 않다.
이마트는 향후 국내외 실적이 부진하거나 비주력인 사업을 정리하고 대형마트·슈퍼마켓·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 간 시스템 통합을 이뤄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채양 부사장에게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 대표를 모두 맡긴 것도 계획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사가 아닌 굿푸드홀딩스가 뉴파운드마켓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며 "강 전 대표와 연관짓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