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리더십에 쏠린 글로벌 시선]<中> '제철보국' 잇는 새로운 DNA?

'친환경 소재 기업 변신' 지주사 출범 배경 후보 평가에 반영
포스코 신사업 아우를 경영 능력 증명해야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을 뽑는 인선 작업이 '6배수'로 압축됐다. 유력 주자로 꼽힌 인사 다수가 탈락하고 깜짝 인물이 포함되면서 포스코 안팎이 술렁이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7∼8일 심층 면접을 통해 결정되는 회장 최종 후보 1명에 세계 주요 국가들의 관심이 뜨겁다. 포스코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차전지 소재 핵심원료인 리튬, 니켈부터 양극재와 음극재 등 최종 소재까지 모두 공급 가능한 밸류체인을 갖춘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본업인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로 내부를 다독이는 한편 이차전지·에너지 등 미래사업 전환 과정을 이끄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돼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비(非)포스코 인사 절반이 최종 후보자 명단에 넣은 것도 포스코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편집자주-

 

[더구루=오소영 기자] 포스코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후 첫 회장 선출을 앞두고 2년 전 포스코홀딩스의 출범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다. 포스코는 당시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지난 50년 동안 철강 불모지에서 세계적인 철강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향후 50년은 친환경 미래 소재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변화의 출발점에 섰던 포스코는 이제 신사업을 본궤도에 올려야 한다. '제2의 창업'이 열매를 맺기 위한 중요한 시기인 만큼 다양한 산업에서 경험을 쌓고 신사업을 키울 인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철 보국' 넘어 '친환경 미래 소재'로 재도약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배터리 소재 사업 매출을 2030년 42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 2022년, 포스코의 철강 사업 매출액과 맞먹는 규모다.

 

이를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배터리 소재를 철강에 이은 주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듬해 매출 목표를 62조원 규모로 상향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인수한 아르헨티나 살타주 염호를 개발해 수산화리튬 생산에 나섰다.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은 전남 광양과 미국 등에 투자해 양극재 생산량을 늘렸다. 포스코는 리튬 42만3000톤(t), 고순도 니켈 24만t, 양극재 100만t, 음극재 37만t 생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내건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포스코의 신사업 투자가 일본 철강사들과 대조된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노후화된 고로의 가동 중단과 생산설비 재편에 집중했다. 반면 포스코홀딩스는 신사업 육성에 주력하며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은 지난 2일 37조9725억원으로 일본제철(3조3700억엔·약 30조4200억원), JFE홀딩스(1조4900억엔·약 13조4500억원)보다 높다.

 

포스코홀딩스의 행보는 지주사 전환 당시 출범 목적과 맞닿아 있다. 포스코는 2022년 창립 54년 만에 지주사 체제로 새출발하며 철강 사업을 떼어냈다. 이후 철강 사업회사인 포스코와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로 물적분할했다. 포스코홀딩스는 그룹 성장 전략을 만들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친환경 미래 소재를 육성하며 기업가치를 2030년까지 3배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포스코의 청사진은 주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최대 주주 국민연금은 지주사 전환에 찬성표를 던지며 배터리와 수소 등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밝혔었다.

 

 

◇종합적 경영 감각 중요…권영수 '주목'

 

포스코홀딩스의 출범 목적은 차기 회장 선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가 배터리 소재와 수소, 식량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이를 모두 관리하고 사업회사 간 시너지를 창출할 역량을 갖춘 인물이 적합하다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포스코가 공격적으로 육성 중인 배터리 사업을 이끌 능력도 중요한 자질로 고려될 요소다.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6명의 후보를 공개하며 "친환경 미래소재 시대의 도래는 새로운 사업 기회인 동시에 엄청난 도전과 경쟁을 극복해 나갈 새로운 전략, 투자와 기술적 준비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현재 포스코의 회장 후보군에 오른 인물은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총 6명이다.

 

권 전 부회장은 44년간 LG그룹에 몸담았다. '재무통'으로 전자와 화학, 통신, 디스플레이 등 LG의 주력 계열사에서 다양한 사업을 두루 경험했다.

 

김동섭 사장은 석유기업 쉘에서 20년간 지냈고, SK이노베이션에서 기술원장·최고기술관리자(CTO)를 역임했다. 2021년 석유공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남은 4명은 '철강맨'이다. 포스코 현직 후보인 김지용 사장은 1992년 포스코에 입사해 광양제철소장(부사장),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 등을 역임했다. 우 전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밀크 스틸(milk steel)'이란 별명을 부르며 신뢰했던 인물이다. 현대중공업으로 입사해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을 거쳤다.

 

장 전 사장은 지난 2018년 최정우 회장과 '최종 2인'까지 오른 인물이다. 포스코건설기반 기술연구팀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상무,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 포스코 사장 등을 거쳐 현재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 전 사장은 1987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포스코 사내이사 부사장,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장·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전략·재무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6명의 후보 중에 재계 안팎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인물은 권 전 부회장이다. 세계적인 배터리 회사 LG에너지솔루션 출신으로 포스코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소재 사업의 전문성을 지닌 유일한 후보여서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배터리 업계는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하고 유럽도 자체적으로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나서면서 지정학적 이슈에도 대응해야 한다. 배터리 업계가 직면한 여러 위기를 해결해야 해 경영자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권 전 부회장은 LG 배터리 사업의 성장기를 함께한 인물이다.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부 본부장으로 임명돼 4년 동안 배터리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취임 2년 만에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10여 개에서 20여 개로 두 배 확대하는 공을 세웠다. 2021년 10월 LG에너지솔루션의 사령탑에 올라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SK온과의 소송을 마무리하고 IRA에 대응하며 사업 리스크를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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