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토와, '30년 인연' 삼성전자 HBM 생산 가속화 힘 보태나

"3월 내 HBM 생산 장비 20개 이상 주문 있을 것"
고객사 함구했지만 '삼성' 유력…합작 파트너 경험 등
토와, 글로벌 1위 몰딩 장비 회사…점유율 60% 이상

[더구루=정예린 기자] 일본 '토와(TOWA)'가 국내 칩 제조사와 대규모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용 신규 장비 수주를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인연'으로 연결된 삼성전자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차세대 HBM 양산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오카다 히로카즈 토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올 3월에 끝나는 이번 회계연도에서 한국 칩 제조업체로부터 20개 이상의 장비 주문이 있을 것"이라며 "이 장비는 주로 HBM 솔루션에 사용되지만 다른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토와는 세계 1위 반도체 몰딩 장비 업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60% 이상에 달한다. 몰딩은 주요 후공정 단계 중 하나로, 반도체를 외부의 충격이나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특수 물질로 감싸는 작업이다. 

 

공급하는 제품은 토와가 작년 9월 선보인 'YPM1250-EPQ'일 확률이 높다. 토와는 이 장비를 생성형 AI 반도체 제조에 최적화된 몰딩 장비라고 소개했다. 사이즈가 큰 칩렛 제품 생산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또 독자 개발한 대용량 수지 고정밀 제어 기술과 대형 프레스를 채용, 기존 모델 대비 생산 효율성을 3배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토와는 고객사에 대해 한국의 HBM 제조사라고만 언급하고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 함구했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HBM을 생산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이다. 양사와 토와 간 사업 배경 등을 살펴봤을 때 삼성전자가 유력 고객사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토와의 인연은 지난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전자, 토와, 한양기공은 합작 투자해 반도체 장비 회사인 ‘세크론’을 설립했다. 8년 만인 2011년 합작 회사를 정리했다. 세크론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듬해 삼성전자의 또 다른 반도체 장비 자회사인 세메스가 세크론과 지이에스를 흡수 합병, 지금의 세메스가 탄생했다. 

 

합작 관계를 청산한 후에도 삼성전자와 토와 간의 협력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토와는 지난 2015년 세메스의 반도체 몰딩 장비 사업을 인수했다. 당시 세메스는 삼성전자 몰딩 장비의 주요 공급사였다. 토와는 세메스 기술을 손에 넣어 글로벌 1위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토와로부터 차세대 장비를 납품받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HBM 생산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삼성전자의 HBM 판매량은 매 분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HBM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4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5배 증가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3 등 선단 제품 비중이 늘어 올해 상반기 중에 전체 HBM 판매 수량의 절반에 이르고 하반기엔 90%에 달할 것"이라며 "(최신 제품인) HBM3E 사업화도 진행, 상반기에 양산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D램이다. 칩 사이의 매우 좁은 다층 공간을 수지로 균일하게 채우는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아주 작은 틈으로도 오작동이 발생하는 등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몰딩 장비는 D램과 D램 사이 공간을 채우는 데 쓰인다. 

 

인공지능(AI) 칩 핵심 부품인 HBM은 최근 차세대 메모리 업계 '키맨'으로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챗GPT 중심의 생성형 AI 시장 확대로 HBM 주문이 급증하며 일부 제품군의 경우 공급 부족 현상도 관측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HBM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꽉 잡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9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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