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이 필리핀의 반도체 산업을 지원한다. 중국을 견제하고자 반도체 동맹 전선을 넓힌다. 설계와 후공정 분야에서 지원을 강화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력사도 수혜가 예상된다.
12일 필리핀 투자위원회(BOI)에 따르면 세페리노 로돌포(Ceferino Rodolfo) BOI 부회장 겸 통상산업부 차관 일행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필리핀에서 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과 회의를 가졌다. 필리핀 외교부와 에너지부, 통상산업부, 과학기술부, 환경천연자원부 관계자들도 배석했다.
양측은 반도체와 광물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칩스법(Chips Act·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지원할 6개국 중 하나로 필리핀을 꼽았다. 반도체 조립과 패키징, 테스트 등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미 국제개발금융공사가 이달까지 필리핀에 거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비공식 반도체 네트워크에도 가입할 것을 주문했다.
필리핀은 반도체 설계 시장 진출 계획을 공유했다. 실험실 규모의 웨이퍼 공장을 설립해 인력을 교육하고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를 통해 대만으로부터 반도체 설계를 가져오는 대신 자체적으로 설계를 완료해 생산 단계로 넘어가는 테이프아웃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다. 인재 양성의 일환으로 2028년까지 반도체 엔지니어·기술자를 12만8000명 키우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미국의 지원 속에 필리핀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파트너사들의 현지 진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반도체 후공정을 담당하는 SFA반도체는 필리핀에 생산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고객사들의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을 필리핀 공장에서 수행한다. 1공장에 이어 2018년 2공장을 준공하고 추가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도 테스트 설비를 30% 이상 증설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