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모비스가 스페인에 6번째 글로벌 부품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 폭스바겐그룹과의 배터리 동맹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지난해 이사회 승인을 토대로 추진 속도를 높이며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위치를 확정했다.
8일 스페인 나바라주 정부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스페인 나바라 노아인(Noáin) 지역에 2억1400만 유로(한화 약 3100억원) 규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탑재될 배터리시스템(BSA)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BSA는 배터리에 화재 등이 발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차량 내부 시스템 전체를 의미한다. 전기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의 안정성을 책임지는 만큼 전동화 차량의 품질과 성능을 좌우한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폭스바겐과 BSA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의 6번째 글로벌 전기차 부품 생산기지가 되는 이 공장은 나바라 정부가 제공한 10만㎡ 부지에 지어진다. 총 건설 면적은 5만㎡이다. 이달 중 부지 정리 작업을 실시하고 올여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체적인 설계는 자동차 배터리 조립 공정의 특정 요구 사항에 맞게 조정되며 물류 복잡성을 고려해 레이아웃을 기능적인 방식으로 고안, 효율적인 연결을 구축할 방침이다.
특히 폭스바겐과의 배터리 동맹에 따라 마련된 공장인 만큼 폭스바겐 란다벤(Landaben) 공장과의 거리는 약 10㎞에 불과하다. 란다벤 공장은 폭스바겐그룹 전동화 전략에 따라 100%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곳이다.
공장 가동은 오는 2026년부터 계획돼 있다. 이곳 공장 설립에 따른 현지 일자리 창출 효과는 350여개가 될 전망이다.
미켈 이루조 아메자가(Mikel Irujo Amezaga)는 나바라 경제사업개발부 장관은 "이번 투자 유지츨 위해 2년 넘게 노력을 이어왔다"며 "현대모비스의 이번 투자는 지역 경제 개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와 폭스바겐에 남은 숙제는 란다벤 공장 대량 실직 사태 수습이다. 양사 배터리 동맹에 따라 란다벤 공장 인력이 20% 이상(약 400~600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별도 고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향후 현대모비스 배터리 공장에 간접 고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간접고용이란 노무제공자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고 타인에게 고용된 근로자를 이용하는 고용형태를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란다벤 공장은 전기차 생산 시 기존 인력의 70%만으로도 소화가 가능한데다 당장 유휴 직원들을 배치할 곳도 여의치 않은 상태라 이들 직원에 대한 해고가 불가피한 상태"라며 "양사 배터리 동맹이 실직으로 이어지게 되는 만큼 란다벤 공장 직원을 우선 채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폭스바겐 나바라 임원진은 지난해 4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그룹 본사를 방문, 란다벤 공장 배터리 팩 설비 투자를 요청했다. 그룹 차원의 전동화 전환에 따라 설비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다른 공장들과 비교할 때 본사의 배터리 팩 아웃소싱 결정이 역차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폭스바겐그룹은 내부 자금 상황을 이유로 란다벤 공장 배터리 팩을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