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기아가 태국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거대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결합, 현지 유통과 마케팅, 서비스 네트워크 전략을 강화해 브랜드 현지 영향력을 최대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동남아시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최대 수출국인 태국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8일 기아 태국판매법인에 따르면 기아는 전날 태국 본사에서 태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시암 모터스 그룹(SMG), 자동차 수입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욘트라킷 코퍼레이션 그룹(YCG)과 3자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각 사의 투자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합작투자 계약은 기아 태국판매법인의 현지 전략인 '플랜 S-5'에서 비롯됐다. 오는 2028년까지 5개년 프로젝트로 구성된 이 전략에는 △태국 시장 점유율 5% 달성 △전기차 판매량 50% 확대 △현지 브랜드 인지도 '톱5' 진입 △전국 딜러 네트워크 5배 확장 총 4가지 주요 목표가 담겼다.
이들 3사는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분야별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 태국 자동차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기아를 주축으로 SMG 산하 '시암 모터스 스페어 파츠'(Siam Motors Spare Parts, SMSP)와 YCG 산하 '리누타퐁 홀딩 컴퍼니'(Leenutaphong Holding Company, LHC)의 혁신 노하우를 결합하기로 뜻을 모았다.
타넷 와타나쿨(Thanes Wattanakul) SMSP 상무이사는 "현지 자동차 산업에서 35년 이상 비즈니스 경험을 토대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냐난 리누타퐁 시림옹콜카셈(Thanyanan Leenutaphong Sirimongkolkasem) LHC 전무이사는 "3사 강점을 최대로 활용해 기아의 현지 잠재력을 촉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아는 이번 합작투자가 현지 유통과 마케팅, 서비스 네트워크 전략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는 현지 자동차 시장을 깊이 파고들어 태국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은 물론 브랜드 입지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기아가 이번 합작투자 계약을 토대로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도 예상하고 있다. 전기차 분야가 기아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태국 정부가 강력한 전동화 전환 의지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EV6 등 브랜드 전용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시암 모터스 그룹은 1960년대부터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와 함께 성장해 온 회사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전기차 분야에서 상당히 진전이 느린 상황이다. 이에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기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태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자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현지 생산계획을 제시한 업체에게 전기차 한 대당 최대 15만바트(한화 약 5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입 관세율을 40% 인하하는 혜택을 마련하기도 했다.
중국 브랜드 견제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 브랜드가 전기차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현지 전기차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태국 내 영향력을 높여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나아가 아세안 시장까지 겨냥하겠다는 기아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기아는 지난 1998년부터 태국에서 사업을 운영했다. 현지 파트너사인 욘트라킷 기아 모터 컴퍼니(Yontrakit Kia Motor Company)를 통해 차량을 판매했다. 사업 초기에는 모닝 등 저가형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웠으나 최근에는 세라토와 쏘렌토, 텔루라이드 등 라인업을 다양하게 꾸몄다. 눈에 띄는 성과는 2021년에 달성했다. 당해 총 3만5000여대를 판매, 태국 시장 7위를 기록했다.
태국 판매 자회사는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했다. 영업과 판매, 마케팅, 애프터 서비스 등 현지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서다. 현지 생산과 직접 판매를 통해 아세안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것과 더불어 현지 정부의 전동화 전환 계획과 보조를 맞춰 현지 전기차 시장 내 입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본보 2024년 1월 15일 참고 기아, 태국 판매 자회사 공식 출범…현지 생산 공장 설립도 '마무리 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