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로 평가 받는 리튬 수입에 박차를 가한다. 리튬의 국내 공급은 물론 해외 수입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관련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해외에서 리튬을 조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공급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튬은 배터리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광물”이라며 “리튬 없는 미래 산업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 다각화 시도에 따라 전기차 제조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진행해왔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해수와 유전 염분 배출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연구를 했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알코라예프 장관은 “고무적인 몇 가지 징후가 있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하려면 규모와 집중도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사우디는 해외 리튬 수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엔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와 대표 광산업체 마덴이 해외 광산 자산에 투자하기 위한 합작 법인 마나라 미네랄을 설립하기도 했다.
알코라예프 장관은 “사우디의 천연자원 수요는 어떤 방식으로든 충족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리가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제품을 통해서든 마나라 미네랄이나 다른 파트너를 통한 수입을 통해서든 모든 방식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실제 사우디는 최근 칠레 리튬 광산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주칠레 사우디 대사관은 칠레 광업부에 올해 말 중동 국가 대표단을 초청해 칠레 광업 부문에 대한 잠재적 투자 논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의 해외 리튬 수입이 본격화 할 경우 사우디 내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현대자동차 외에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와 대만 폭스콘·사우디 합작사 시어,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이노베이트 등이 사우디 전기차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와 자동차 생산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루시드는 압둘라국왕 경제도시(KAEC)에 연간 15만5000대의 규모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다. 시어도 지난해 초 전기차 공장 착공에 들어갔으며 이노베이트는 전기차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