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광물기업 마덴(Ma'aden)이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버트 윌트 마덴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 프로젝트는 아직 시범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윌트 최고경영자는 이번 작업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추진하고 있는 리튬 프로젝트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아람코도 현재 유전의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윌트 최고경영자는 “아람코는 리튬 농도가 높은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하지만 마덴은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힘을 합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은 국내에서도 그 가능성을 인정 받은 바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올해 1월 플라즈마기술연구소 김지훈·양종근 박사팀이 ‘이산화탄소 마이크로파 플라즈마 기술’로 염수에서 기존 방식보다 3배 많은 리튬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상용화 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경우 배터리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리튬의 경우 해외 수입까지 모색하며 공급망 확보에 남다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관련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해외에서 리튬을 조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공급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는 지난해 1월 마덴과 초기 자본금 1억8750만 리얄(약 630억원)을 투입해 합작법인 마나라 미네랄(Manara Minerals)을 설립하고 전세계 광산 자산에 투자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마나라 미네랄은 첫 번째 해외 사업으로 260억 달러 규모의 브라질 구리·니켈 광산업체 발레 베이스 메탈스(Vale Base Metals) 지분 10%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마나라 미네랄은 캐나다와 인도네시아에 있는 발레 베이스 메탈스 사업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