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LG그룹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하는 영국 '랩지니어스(LabGenius)'에 베팅했다.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LG가 강점을 가진 AI·로봇 기술과의 결합을 모색,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랩지니어스는 21일(현지시간) 머크 그룹 산하 벤처캐피털(VC)인 엠벤처스(M-Ventures)가 주도한 3500만 파운드 규모 시리즈B 펀딩 라운드를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펀딩에는 LG그룹과 영국 옥토퍼스 벤처스가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랩지니어스는 AI, 로봇 자동화, 합성생물학을 결합해 차세대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다. 공학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생물학에 적용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단백질 공학, 합성 생물학, 소프트웨어 공학, 데이터 과학, 로봇 자동화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랩지니어스가 지금까지 조달한 자금은 총 5800만 파운드에 달한다. 투자금은 머신러닝, 로봇 자동화, 합성생물학 기반 약물 발견 플랫폼 'EVA' 개발에 투입한다. 고형종양 치료를 위한 다중특이성 항체의 전체 지분 파이프라인 임상시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EVA는 자체 실험을 설계·수행하고 비판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스마트 로봇 플랫폼이다. EVA와 같이 고도로 자동화된 폐쇄 루프 발견 엔진을 사용하면 직관적이지 않은 설계로 고성능 항체를 신속하게 식별할 수 있다는 게 랩지니어스의 설명이다.
특히 랩지니어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중 2개 분야와 맞닿아 있다. 향후 LG그룹의 선행기술 연구개발(R&D) 조직인 'LG AI연구원'과의 파트너십도 기대된다.
LG AI연구원은 2022년 '신항원 예측 AI 모델'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신약·신소재·신물질을 개발하는 생성형 AI 플랫폼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공개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유전 정보와 암 세포의 돌연변이 정보를 이용해 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신항원을 예측할 수 있게 돼 헬스케어 혁신을 이뤄냈다.
미국의 비영리 유전체 연구기관 '잭슨랩(JAX)'과 알츠하이머와 암 발명 원인 분석과 치료제 효과 예측을 위한 AI 모델 공동 연구·개발도 진행키로 했다. LG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엑사원'에 잭슨랩이 보유한 알츠하이머의 유전적 특성과 생애주기별 연구 자료를 학습시켜 질병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 효율성을 높인다. 또 암 진단과 치료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해 환자 맞춤형 치료 방안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LG그룹은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바이오벤처 '아드바크 테라퓨틱스(Aardvark Therapeutics)’의 8500만 달러 이상 규모 시리즈C 펀딩라운드에 참여한 바 있다. <본보 2024년 5월 10일 참고 [단독] LG, 살 빼는 약으로 '잭팟' 노린다...비만 치료 스타트업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