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취항 32년 만에 사이판 노선 운항을 폐지한다. 사이판 현지 사무소도 폐쇄해 사이판 내 모든 항공 업무를 중단한다. 통상 항공사 해외 지점은 항공권 예약‧발권부터 공항 창구와 라운지 관리, 화물 관리 등 항공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대한항공이 오는 10월 미국 경쟁당국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승인을 앞두고 있어 현지에서는 이를 선제적 조치로 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0일부터 '인천-사이판' 노선을 운항하지 않는다. 황인탁 아시아나항공 사이판 지점장은 "아시아나항공이 32년 만에 인천-사이판 노선을 6월 30일부터 더 이상 운항하지 않는다"며 "지난 30년간의 취항을 이달 말일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32년 동안 사이판 파트너들과 함께 이뤄낸 모든 성과에 자부심을 느끼며, 고객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에 감사드린다"며 "사이판에서 마지막 비행을 하는 날까지 아시아나항공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서비스를 유지, 제공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사이판 노선 폐지는 여객 수요 감소와 실적 악화 보다 현지 공항 수수료 인상과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마리아나 제도(CNMI)의 연방 공항·항만 당국(CPA)은 아시아나항공의 노선 폐지 이유로 높은 공항 수수료와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지목했다.
레오 투델라(Leo Tudela) CPA 청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손실로 인해 재정적으로 영향을 받아 사이판 노선을 폐지한다고 전했다.
그는 "오랫동안 운항해온 아시아나항공이 떠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그들이 6월 30일 이후에 머물기를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사이판행 항공편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아시아나항공의 운항 폐지로 CPA 공항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왜 운항을 중단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난 몇 달 동안 CPA는 높은 공항 이용료에 대해 항공사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며 "CPA는 아시아나 경영진에게 항공사의 요금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금 이순에도 수수료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델라 청장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합병하는 점도 사이판 노선 폐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투델라 청장은 "대한항공과의 합병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아시아나가 대한항공와의 합병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크리스 콘셉시온(Chris Concepcion) 마리아나 관광청 상무이사도 아시아나항공이 사이판 운영 비용이 증가해 운항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한항공과의 합병 요인도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모든 승인 절차가 끝나면 올해 말 대한항공에 인수합병 돼 아시아나항공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현재 대한항공과 인천-사이판 노선 취항에 대해 협의 중이며, 몇 달 안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32년간 사이판에 취항한 아시아나항공에 감사를 표하며, 사이판에 취항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과 협력해 여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월 운항 일시 중단 이후 지난 2월부터 정기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달 말까지는 현지 여행사의 하드블록(전세기 좌석 구매)에 따라 전세편만 운항한다. <본보 2023년 10월 4일 참고 아시아나항공, 수수료 인상에 사이판 노선 '일시 중단'>
한편, 대한항공은 14개 경쟁당국 중 미국의 승인만 남겨 놓고 있다. EU는 지난 2월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을 선결 조건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