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필리핀 규제 당국이 한국전력과 현지 전력사의 전력판매계약 승인을 늦추며 필리핀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까지 겹쳐 전력난 우려가 높아지고 요금은 거듭 상승했다. 한전과의 계약을 통해 전력 공급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래플러(Rappler) 등 필리핀 매체에 따르면 현지 전력사 NOCECO(Negros Occidental Electric Cooperative) 출신인 아이린 바이슨(Irene Viason)은 필리핀 전력규제워원회(ERC)가 한전 현지 법인인 'KEPCO SPC(이하 KSPC)'와 네그로스 옥시덴탈 주 전력사 NOCECO의 전력판매계약을 신속히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SPC는 한전이 1995년 필리핀 발전 시장에 진출하며 필리핀 전력회사(SPC)와 공동으로 설립한 합작사다. 한전은 8000만 달러(약 1100억원)를 출자해 지분 76%를 확보했다. 합작사를 통해 2011년 세부 지역에 200㎿급 석탄화력 발전소를 준공하고 생산한 전력을 현지 전력사에 팔아 수익을 냈다.
KSPC는 네그로스 옥시덴탈 주의 전력 안정화를 위해 NOCECO와 전력판매계약을 맺었다. 최대 출력 10㎿로 10년간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 판매단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양측은 계약 체결 후 ERC에 최종 승인을 요청했으나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 사이 체감 온도 50도에 육박하는 극심한 폭염으로 전력 소비량이 증가하고 현지 소비자들이 요금 폭탄을 맞으면서 불만이 폭증했다.
네그로스 옥시덴탈주 전력 소비자 1000여 명은 지난 1일(현지시간) 높은 전기요금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였다. NOCEO는 두 번 연속 전기요금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기준 kWh당 14.6309페소에서 5월 17.9605페소로 올랐다. ERC에서 계약 승인을 빠르게 처리했다면 4~5월 높은 요금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게 바이슨과 현지 시민들의 지적이다.
나디 아르세오(Nadie Arceo) 히니가란 시장도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력판매계약에 대한 승인이 떨어지거나 지속가능한 전력 공급 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필리핀 정부와 NOCECO 경영진이 높은 요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