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빼어난 균형 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산 자동차 현지화율을 업계 평균 안팎으로 유지하면서도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로써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미국산 자동차에 한국 핵심 부품을 적극 탑재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평가 웹사이트 카즈닷컴(Cars.com)은 최근 '2024 카즈닷컴 미국산 지수: 어떤 자동차가 가장 미국적일까?'(2024 Cars.com American-Made Index: Which Cars Are the Most American?)를 발표했다. △최종 조립 위치 △북미 부품 사용 비율 △엔진 원산지 △변속기 원산지 △현지 노동력 투입 정도 등 5가지 기준을 토대로 단일 모델별 미국 현지화 지수를 100점 만점 기준으로 책정, '톱100' 목록을 만들었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모델은 총 400여 대로 모두 2024년형이었다.
현대차·기아에서는 총 9개 모델이 톱100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권에 속하지는 못했지만, 모두 중위권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기아 스포티지와 쏘렌토가 각각 22위와 33위, 현대차 싼타크루즈와 투싼이 각각 38위와 48위에 랭크됐고, 기아 텔루라이드가 51위, 현대차 싼타페가 61위, 그리고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68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V70은 93위로 집계됐다.
현대차·기아의 균형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든 차종이 중위권에 속했다는 점에서 현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면서도 한국에서 수입·조립한 핵심 부품을 사용, 국내 완성차 업체를 대표해 한국 부품 소재 산업 발전까지 도모했다는 점이 지표로 나타났다는 평가이다.
현지 판매량을 통해서도 이 같은 현대차·기아의 균형 감각은 확인된다. 양사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8.5% 증가한 15만9558대를 판매했다. 특히 하이브리드(HEV+PHEV)와 전기차(BEV) 등 친환경 모델 판매가 전년 대비 30.9% 두 자릿수 증가한 3만4288대를 기록, 역대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썼다. 현지 문화를 고려할 때 현지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는 성과이다.
카즈닷컴 조사에 따르면 미국 운전자 중 56%가 미국산 차량을 구매하기를 원한다. 이 중 과반은 미국산 차량 구매 시 계획된 예산보다 10% 이상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화 비중이 구매 과정에서 비용 만큼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1위는 테슬라 모델Y가 차지했다. 3년 연속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혼다 패스포트는 2위, 폭스바겐 ID.4는 3위에 올랐고, 이어 테슬라 모델S와 혼다 오딧세이가 각각 4위와 5위에 랭크됐다. 6위부터 10위까지는 △혼다 릿시자링 △토요타 캠리 △지프 글레디에이터 △테슬라 모델X △렉서스 TX 순으로 나타났다. 톱10 목록 중 순수 전기차(BEV)는 테슬라 4종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