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베트남 최대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 'CMC'의 수장인 응우옌 쭝 찐(Nguyen Trung Chính) 회장과 만났다. 팜 민 찐 총리(Pham Minh Chính)가 이끈 방한 경제사절단에 찐 회장이 포함되며 만남이 성사됐다. 베트남 정부가 반도체 육성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과 CMC의 협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 CMC와 베트남 외신에 따르면 찐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이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협력과 반도체 기술·인력 지원을 논의했다. 앞서 팜민찐 총리의 면담에 함께 배석하기도 한 찐 회장은 삼성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찐 회장은 이튿날 경기 평택시 소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도 방문해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만나 베트남 반도체 생태계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했다.
1993년 설립된 CMC는 시스템통합(SI)과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센터, 디지털 인프라 운영 등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베트남 대표 IT 서비스 기업이다.
삼성과의 관계는 특히 각별하다. 삼성SDS를 최대 주주로 뒀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2019년 지분 29.89%(약 545억원)를 매입했다. 삼성SDS는 CMC와 스마트팩토리를 비롯한 클라우드, 보안, 콘텐츠 관리 서비스(CMS) 등에서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CMC는 삼성SDS와의 인연을 토대로 반도체 분야까지 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찐 회장은 이 회장을 만나 AI 칩 설계 협력까지 제안했다. CMC의 AI와 삼성 반도체 기술을 합쳐서 가파르게 성장 중인 AI 반도체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찾자는 주문이다.
반도체 기술 이전과 교육 지원도 당부했다. 베트남 엔지니어들이 실제 공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실험 장비를 제공하고 CMC 대학에서 고급 인력을 육성하도록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
이 회장은 찐 회장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보며, 베트남 반도체 산업 발전을 돕고자 투자를 촉진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는 베트남 정부가 줄기차게 투자를 주문했던 분야다. 베트남 기획투자부와 정보통신부는 '반도체 산업 국가 전략'을 수립했다. 2030년까지 반도체 엔지니어 5만 명을 배출한다는 목표로 칩 설계와 제조, 패키징 등 전 가치사슬에서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찐 총리 역시 이 회장과 면담 자리에서 베트남 투자 환경의 경쟁력을 호소하며 반도체 투자 유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평택 공장을 둘러본 후에도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는 투자 기업들을 위해 정책 제도 개선, 고급 인력 양성, 인프라 개발 등을 지원하겠다"라며 "삼성이 베트남에서 항상 성공적이고 지속 가능한 투자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