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비테슬라 진영에서 2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 1위를 기록했다. 평균치보다 약 25% 높은 연간 성장률을 토대로 선두 자리를 굳혔다. 반면 테슬라는 안방인 미국에서 처음으로 분기 점유율 50%를 밑돌았다. 현지 전기차 시장 규모가 두 자릿수 확대됐으나 홀로 역성장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분기(4~6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총 3만5401대를 판매했다. 테슬라를 제외한 비테슬라 진영에서 포드(2만3957대)와 제너럴 모터스(2만1930대) 등 로컬 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비테슬라 진영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전년 대비 36% 두 자릿수 증가한 14만2000대이며 이 중 현대차그룹의 비중은 약 25%에 달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성장률 76%를 기록,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로컬 브랜드 평균 연간 성장률과 비교해 약 25%포인트 높은 수치이다. 포드와 GM은 각각 61%와 40%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브랜드 전동화 전환 속도를 가늠하는 지표이인 신규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은 8.1%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글로벌 완성차 그룹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BMW그룹이 14.5%로 가장 높았고 메르세데스-벤츠가 11.4%로 두 번째로 많았다. 폭스바겐그룹과 포드는 각각 7.0%와 4.5%로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6위부터 10위까지는 △볼보(3.4%) △닛산(3.2%) △제너럴모터스(3.2%) △스바루(2.5%) △토요타그룹(1.9%) △혼다그룹(0.5%) 순으로 나타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전기차 올인 전략'을 토대로 현지 리스 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상관 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리스·렌터카 등 상업용 차량 위주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비테슬라 진영의 미국 전기차 시장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테슬라는 처음으로 분기 점유율 50%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테슬라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49.7%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59.3%)과 비교해 9.6%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다. 판매량은 전년 대비 6.3% 감소한 17만5000대로 추정된다. 이는 테슬라 글로벌 판매량을 기준으로 추산한 수치이다. 앞서 테슬라는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4.8% 축소된 44만4000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서비스 네트워크가 테슬라 판매량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규모 서비스 네트워크를 토대로 유지보수와 수리를 즉각 제공할 수 있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하는 전기차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서다. 판매 라인업 노후화도 문제다.. 최신형 전기차 모델들의 등장으로 지난 2020년 판매를 시작한 브랜드 베스트셀링카인 모델Y는 업계 표준 구식 전기차 모델로 분류된 상태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토대로 지속해서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4분기 내 현대차 북미 전동화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인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가 가동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연말 역대급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아이오닉5와 기아 조지아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생산되는 EV9이 IRA에 따른 최대 7500달러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다.
한편 미국 자동차 평가 전문기관인 켈리블루북(Kelley Blue Book)에 따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는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총 9만4000대를 판매,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 7.8%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