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팔도 도시락이 러시아에서 '도시락' 명칭이 많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상표 등록이 거절당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특허청(Rospatent)은 팔도의 '도시락' 라면 상표가 이미 러시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어 상표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팔도는 러시아 상표등록법 '30-국제 상품 및 서비스 분류'에 따라 MKTU(인스턴트 누들) 제품과 관련해 '도시락'(Doshirak)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러시아특허청은 도시락이라는 상표를 달고 팔도의 러시아 현지법인 '도시락 코야'(Doshirak Koya)', 자회사 '도시락 랴잔'(Doshirak Ryazan), '도시락 러스'(Doshirak Rus) 등에서 판매하고 있어 명칭 자체가 잘 알려져 있다며 등록을 거절했다. 러시아 자회사에서 이미 많이 판매되고 있어 상표 등록이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풀이된다.
러시아특허청은 또 러시아 현지 판매 제품의 외형 변화도 주목했다.
특허청은 "러시아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시락(Doshirak)'이라는 표시가 있는 제품은 팔도가 직접 제조하고 자회사인 '도시락 러스'가 수입, 판매해 광범위하게 분포됐다"면서도 "그러나 기존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는 게 아니라 러시아에서 인스턴트 누들 상품 개별화를 위해 외관이 다른 유형의 패키지가 사용됐다"며 차별화된 상품화를 지적했다.
팔도가 상표 등록 과정에서 제출한 여론조사 결과도 등록 거절 이유가 됐다. 앞서 팔도는 인지도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5월 12일부터 29일까지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도시락' 상표를 소유한 사람 또는 마크가 표시된 인스턴트 누들을 생산하는 회사를 표시하라'는 질문에 응답자 73.1%가 '도시락 Rus'를 선택했다. 팔도라고 답한 이는 1.1%에 불과하다. 아나콤(Anacom LLC)을 택한 응답자도 6%나 있었다. 나머지 18.6% 응답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특허청은 "'도시락(Doshirak) 상표가 러시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으나 팔도의 제품이라는 것은 알지 못한다"고 상표 등록 거절을 분명히 했다.
이번 상표 등록 거절로 팔도의 러시아 현지 사업에 차질을 빚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편, 도시락 라면은 지난 1991년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뒤 지난해 누적판매량 50억개를 돌파하는 등 현지에서 '국민라면'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현지 즉석라면 품질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러시아 소비자들의 신뢰도와 함께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