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뚫은' 삼성전기 "고부가 기판 기술은 우리가 최고"

2026년까지 FC-BGA 제품 비중 50% 이상
'머리카락 굵기의 1/20' 마이크로 기술로 우위

 

[더구루=오소영 기자] "저희가 집중하는 건 기술력이다. 기술력만큼은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는다"


황치원 삼성전기 패키지개발팀 팀장(상무)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진행된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제품 학습회에서 시장 진출은 경쟁사보다 늦지만 기술력은 '최고'라고 강조했다.

 

FC-BGA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해 전기와 열적 특성을 높인 패키지기판이다. PC와 서버, 네트워크, 자동차용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쓰인다.  

 

그동안 FC-BGA는 일본과 대만이 주도하는 시장이었다.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양국 기업들이 지난 2022년 매출 기준 69%의 점유율을 올렸다. 삼성전기는 1991년 기판 사업을 시작한 후 FC-BGA에 뛰어들었다. 진출 시점은 일본·대만 기업보다 늦지만 기술력은 자신 있다는 게 황 상무의 설명이다.

 

이를 증명할 사례는 미국 AMD로부터의 수주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AMD와 고성능 컴퓨팅(HPC) 서버용 FC-BGA 공급 계약을 맺고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버용 FC-BGA는 반도체 기판 중 기술 난도가 높은 제품으로 불린다. 서버용 CPU·GPU는 연산 처리 능력과 연결 신호 속도 향상 등 성능 고도화를 위해 여러 칩을 한꺼번에 실장 해야 한다. 이로 인해 서버용 FC-BGA는 일반 PC용 대비 기판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층수도 20층 이상으로 2배 이상 많다. 

 

삼성전기는 2022년 10월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 양산에 성공했다. 이번 AMD와의 협력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향후 고성능 서버와 네트워크, 자율주행 등 하이엔드 반도체 기판에 집중해 2026년까지 FC-BGA 제품 비중을 50% 이상 확보한다는 포부다.

 

삼성전기는 1조9000억원을 투자해 부산과 베트남 신공장에 첨단 하이엔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공장은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이 적용됐다.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지능형 제조 시스템을 통해 공장 내 모든 운영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라인 운영에 반영된다.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도 도입돼 최적의 레시피를 적용하고, 실시간 데이터 분석으로 고품질 제품이 양산된다. 베트남 공장 초기 현지에 투입됐던 황 상무는 이날 "베트남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회상하며 공장의 스마트화를 극찬했다.

 

첨단 생산시설과 함께 초격차 기술력도 삼성전기가 기판 시장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황 상무는 삼성의 핵심 기술로 미세 가공과 미세 회로 구현을 소개했다.

 

먼저 미세 가공은 각 층을 연결해 주는 구멍, 즉 '비아(Via)'를 정교하게 가공하는 기술이다. 전자기기의 기능이 향상될수록 부품은 늘고 신호 전달에 필요한 회로도 많아진다. 한정된 기판 안에 많은 회로를 만들어야 해 층을 쌓아 올릴 수밖에 없고, 층간에도 회로를 연결하는 비아를 만들어야 한다. 통상 80um(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면적 안에 50um의 구멍을 오차 없이 정확히 뚫어야 하는데, 삼성전기는 A4용지 두께의 1/10 수준의 10um 수준의 비아를 구현할 수 있다. 


미세 회로는 반도체 입출력 단자 수가 증가하면서 더욱 중요해진 기술이다. 단자가 많아지고 연결해야 할 신호가 늘며 회로 선폭과 간격은 미세화되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머리카락 두께의 1/20 인 5um 이하 수준의 회로 선폭을 구현할 수 있다. 황 상무는 "기판에서 미세 회로를 구현하는 건 모래 위에서 축구하는 것과 같다"며 "평평하고 탄탄한 웨이퍼와 달리 기판은 말랑말랑하고 울퉁불퉁하다"고 설명했다.

 

기판을 '넓게, 높게, 평탄하게' 만드는 것도 삼성전기의 강점이다. 삼성전기는 110mm 이상의 초대면적화, 26층 이상의 초고층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수동소자 부품을 패키지 기판 내에 내장하는 EPS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초미세회로를 기판에 직접 구현해 다양한 실리콘 디바이스를 하나의 패키지 기판에 장착하고 성능을 배가시키는 기술도 개발했다. 

 

삼성전기는 초격차 기술력을 앞세워 기판 업계를 이끈다. 시장조사업체인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반도체 기판 시장 규모는 2024년 4조8000억원에서 2028년 8조원으로 연평균 약 14%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5G 안테나와 ARM CPU, 전장 등이 시장을 견인한다. AI 기술 발전으로 고성능 칩 수요가 커지며 FC-BGA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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