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젓자' 구본규 대표 "LS전선 상장 먼 일 아니야"

해저케이블·데이터센터 솔루션 두 축으로 2030년까지 매출 10조 달성 목표
"전기화 추세 15년 갈 것…미국 제2의 내수시장으로"

 

[더구루=오소영 기자] LS그룹 오너가 3세인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가 취임 2년여 만에 미디어 간담회에 처음 등판했다.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전환으로 맞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과 데이터센터(IDC) 솔루션 사업을 중심으로 오는 2030년까지 누적 매출 10조를 달성할 계획이다. 미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고 해외 보폭을 넓힌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상장을 추진한다.


구 대표는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밸류업 데이'에서 "LS전선의 상장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제 조건으로 시장의 성장성과 뚜렷한 성과를 들면서 상장 시기에 대해 "아주 먼 미래는 아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 대표는 구자엽 LS전선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2022년 1월 LS전선 대표이사에 오른 후 작년 1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공식 석상에 등장해 상장 이야기를 직접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 대표의 자신감은 시장의 성장성에서 비롯된다. 구 대표는 "전기화(Electrification)라는 메가트렌드는 15년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력 수요는 증가 추세다. 2050년 6만2159TWh로 현재 대비 약 2.5배 증가하며 전력망 투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 공급 측면에서는 기후 변화가 지구적인 과제로 대두되면서 친환경 에너지원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해상풍력 비중은 지난해 5%에서 2050년 25%로 뛸 전망이다. 

 

LS전선은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앞세웠다. HVDC는 40km 이상 송전 시 기존 교류(AC)에 비해 경제적이고 주파수가 다른 전력 계통간 연결이 가능해 수요가 늘고 있다. 현재 HVDC를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LS전선과 유럽 회사 3개사에 불과하다. 

 

LS전선은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해저 사업 자회사 LS그린링크에 6억8275만 달러(약 9110억원)를 투자해 버지니아주 체서피크 시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투자 대가로 현지 주정부로부터 4800만 달러(약 64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았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또한 영국과 베트남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검토 중이다. 2030년까지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해 미국 최대의 해저케이블 공급 업체로 도약한다.

 

구 대표는 미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해 "이미 집행된 보조금을 정부가 뺏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지니아주도 공화당 주지사가 집권하고 있지만 인력, 자금 유치 등의 상황을 의식해 우리 공장 착공을 허가했다"며 "우리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는 시점이 2028년이고 트럼프가 연임을 하긴 어려워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리스크를)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도 활발히 소통하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구 대표는 "몇 달 전 이미 미국 상원, 하원 의원을 만났고 LS전선이 미국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며 "백악관은 물론 연방정부, 주정부 등과 네트워크를 이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격적인 설비 투자와 함께 해저케이블 전문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과의 시너지도 LS전선의 경쟁력이다. LS마린솔루션의 시공 사업 전문성을 발판으로 해저케이블 공급부터 시공, 유지보수까지 턴키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양사 시너지를 본격화하는 일환으로 구 대표는 오는 10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LS마린솔루션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구 대표는 이날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은 이제 따로 볼 수 없고 유기적인 결합이 중요해졌다"며 "주식 시장에서는 따로 떨어져 있지만, 조직·구조적으로 한 회사로 완전하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겸직하는 것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LS전선은 AI 붐도 큰 기회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신영식 LS전선 부사장은 "빅테크 기업 4곳의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는 30% 증가했다"며 "LS그룹이 가진 솔루션을 고려할 때 공략 가능한 시장 규모는 약 40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LS전선은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과 버스덕트 등으로 승부수를 본다. 이 중 초전도 케이블은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고, 도심에 변전소를 추가하지 않아도 전력 공급을 증대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LS전선은 베트남에서 버스덕트와 통신 케이블 등을 공급하고, 베트남 전력청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고객사들의 신규 공장에도 버스덕트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LS머티리얼즈는 차세대 2차전지인 울트라커패시터(UC)를 통해 전력 수요 급증과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의 안정화를 지원한다. 전기차 경량화에 필수적인 알루미늄 소재 공급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구 대표는 해저케이블과 IDC 솔루션 사업을 토대로 매출 10조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봤다. 그는 "제2의 내수 시장으로 미국을 확실히 잡고 베트남 등으로 수평 확장을 모색하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수직적 확장도 하겠다"며 "10조원 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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