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스텔란티스가 미국에 첫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고 '메이드 인 USA' 전기차를 생산한다. 전기차 투자 전략 재조정에 나선 경쟁사들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핵심 파트너사인 삼성SDI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3일 스텔란티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3개 조립·부품 공장에 4억600만 달러(약 5407억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을 일부 전환, 올 연말 출시될 2025년식 차량부터 해당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스텔란티스가 투자한 3개 공장은 △스털링 하이츠 조립 공장(SHAP) △워렌 트럭 조립 공장(WTAP) △던디 엔진 플랜트(DEP)다. 스털링 하이츠 조립 공장에 가장 많은 2억3550만 달러(약 3138억원)를 투자한다. 워렌 트럭 조립 공장과 던디 엔진 플랜트에는 각각 약 9760만 달러(약 1301억원), 7300만 달러(약 973억원)를 쏟는다.
스털링 하이츠 공장은 스텔란티스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출범한 픽업트럭·상용차 전문 브랜드 '램(RAM)'의 전기 픽업트럭을 생산할 예정이다. 완전 전기 픽업트럭 '램 1500 REV'와 주행범위를 확장한 '2025 램 1500 리차저'가 주인공이다. 스텔란티스가 미국 내 인기 픽업트럭 모델인 '램 1500'을 전기차 버전으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공장 내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 구축을 완료했다. 근로자들의 2주 휴식 기간 동안 △새로운 컨베이어 시스템 설치 △순수전기차(BEV) 전용 프로세스를 위한 자동화 △일반 조립 작업장 재배치 등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전기 모델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모델도 같이 생산이 가능하다.
워렌 공장에서는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 지프(Jeep)의 왜고니어 전기 모델을 만든다. 왜고니어 전기 모델은 지프가 내년 말까지 출시할 4대의 전기차 중 하나다. 워렌 공장 역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던디 엔진 플랜트는 스텔란티스의 STLA 플랫폼 관련 부품을 생산한다. 올해는 STLA 플랫폼 4종(스몰·미디엄·라지·프레임) 중 프레임 아키텍처 배터리 트레이를 조립·용접·테스트하는 역할을 맡는다. 오는 2026년부터는 대형 차량을 뒷받침 하는 'STLA 라지(Large)’ 아키텍처의 전·후면 빔을 가공한다.
스텔란티스는 미국 전기차 생산 현지화를 통해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낸다. 스텔란티스가 지난 2022년 공식화한 '데어 포워드 2030(Dare Forward 2030)’는 향후 10년 간 전기차 분야에 500억 유로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유럽과 미국 내 판매량의 각각 100%와 50%를 배터리 전기차로 채운다는 목표다.
스텔란티스의 신규 투자 발표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부진을 이유로 관련 사업 확장을 늦추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가장 최근에는 스웨덴 볼보가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미국 제네럴모터스(GM)과 포드도 전기차 투자 규모와 전환 속도를 완화키로 했다. 스웨덴 노스볼트는 캐나다 퀘벡주에 들어설 기가팩토리 완공 시점을 늦추기로 했다. <본보 2024년 9월 6일 참고 노스볼트 캐나다 퀘벡 기가팩토리 지연>
스텔란티스가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현지 파트너사인 삼성SDI가 대대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합작공장 2곳을 건설 중이다. 1공장은 당장 내년 1분기, 2공장은 오는 2027년 초 가동 목표다. 1공장과 2공장은 각각 연간 33GWh와 34GWh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이 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스텔란티스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에 탑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