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을 겨냥한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신규 조사를 개시하고, 더 높은 반덤핑 관세율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으며, 전략 산업 관련 분야에서 관세를 대폭 인상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간 총 107건의 수입규제 신규 조사를 개시했다. 이는 연 단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0년(120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지난 4월 반덤핑·상계관세 집행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을 개정했다. 상무부에 더 많은 재량을 부여해 덤핑·보조금 지급 판정이 용이하도록 하고, 조사 대상 기업에 더 높은 관세율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기존에 불명료했던 특별시장상황(PMS)의 정의와 판정 기준을 명확히 했고, 재산권과 인권, 노동권, 환경보호 관련 규제가 미비하거나 부재한 '정부의 무대응(government inaction)' 상황도 혜택을 기여한 것으로 간주토록 했다.
자국의 주요 전략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도 도입했다. 중국 공급 과잉 문제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핵심광물 등 분야에 대한 301조 관세를 최대 100%까지 인상했다.
중국 조선·해운업에 대해서도 301조 조사를 개시하고,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이 멕시코 우회를 통해 무관세로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북미 지역에서 제강되지 않은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커넥티드 차량 기술·부품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도 추진 중이다. 중국산 자동차 외에 중국산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제3국산 차량까지도 규제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기업에 부담이다. 한국이 중국산을 대체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되려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합하는 제품이 많고 대중국 수입 규제로 감소한 중국산을 대체하며 새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실제 도날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 20202년까지 상무부가 PMS의 존재 여부를 검토한 반덤핑 조사・재심 총 56건 가운데 한국은 23건을 차지했다. 최종적으로 PMS를 적용한 27건 중 17건이 한국이었다.
최근 개시된 케이스에서 조사 대상 품목이 광범위하게 설정되거나 우리나라가 중국의 우회수출 경유지로 지목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15개국을 대상으로 열린 알루미늄 압출재 반덤핑·상계관세 조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은 조사 대상 품목에 알루미늄 압출재와 압출재가 포함된 제품으로 광범위하게 설정했다. 이로 인해 알루미늄뿐만 아니라 자동차, 태양광 업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다운스트림 기업의 경우 원재료나 중간재 조달비용 증가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중국은 강화되는 규제에 대응해 제3국으로 우회해 미국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올해 1분기 해외 투자액이 2430억 위안(약 45조원)으로 8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태양광, 전기차·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 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나 현지 기업과의 합작투자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