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소형 전기차를 내세워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미국 시장에 이어 전기차 리더십을 유럽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조지아 전기차 공장을 핵심으로 두는 것과 같이 유럽에서는 체코 공장을 핵심 기지로 활용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 체코공장(HMMC) 활용과 새로운 저가형 EV 출시 2가지가 핵심이다. 이를 토대로 전동화 퍼스트 무버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미래성장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HMMC는 현대차그룹의 유럽 내 유일한 전기차 생산거점이다. 현재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전동화 시대를 대비해 스마트 제조 플랫폼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9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방문해 전기차 리더십 실현에 있어서 HMMC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럽 시장을 공략할 저가형 EV로는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을 낙점했다. 2세대 코나 일렉트릭과 함께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의 EV 턴어라운드를 이끌 전략 차종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연말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인 2만7500달러로 판매할 계획이다.
기아 역시 현대차와 동일한 전략을 토대로 EV 라인업 확장에 나섰다. EV6와 EV9에 이어 저가형 EV로 EV3를 내세운다. 'EV 대중화 선도'를 슬로건으로 연말 해외 최초로 유럽 전역에 출시할 예정이다. 현지 판매 가격은 4만 달러부터다. 여기에 오토랜드 슬로바키아에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유럽 EV 현지 생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브랜드 입지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R&D 글로벌 핵심 허브 중 하나인 유럽기술연구소(HMETC, Hyundai Motor Europe Technical Center GmbH)의 인프라 확충 작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프리미엄 및 고성능 모델 개발과 유럽 권역 내 친환경 모빌리티 개발 거점으로서의 유럽기술연구소 역할을 제고하는 등 유럽에서 다각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유럽기술연구소의 우 해외 생산 차종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활동을 강화하고, 그룹의 유럽 PBV 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현지 R&D 기능 확대를 추진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현지 생산과 라인업 확대 등에 많은 투자를 단행한 덕에 전동화 전환 시기에 주목해야 할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며 "유럽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시기를 대비해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현지 생산 EV를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모인다"고 전했다.
유럽은 친환경차 격전지이자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이다. 최근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전동화 속도 조절에 더해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의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 7월까지 유럽 자동차 산업수요는 790만6916대로, 지난해 1~7월 761만1988대에 비해 3.9% 증가에 그쳤다. 2022년 대비 2023년 연간 증가율 12.7%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는 더욱 뚜렷하다. 올 1~7월 유럽 전기차 산업수요는 109만3808대로, 전년 동기 108만7118대 대비 증가율이 0.6%에 불과했다. 2023년 전체 전기차 산업수요 증가율은 28.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