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구루들 "퀄컴, 인텔 인수는 재앙" 한목소리

美 비즈니스인사이더·대만 반도체 분석가 등 회의적 반응 보여
합병 시너지 대신 퀄컴 부담 과중 우려…"매력적 선택지 아냐"
인텔, 경영난 악화…파운드리 분사·인력 감축 등 비상 경영 돌입

[더구루=정예린 기자] 세계 유명 반도체 전문가들이 퀄컴의 인텔 인수합병(M&A) 설(說)에 '노(No)'를 외치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을 손에 넣는 것은 퀄컴에게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유명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인 루싱즈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텔이 매우 높은 지적재산(IP)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퀄컴이 인텔을 인수·관리해 IDM(종합반도체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반문했다. 

 

루싱즈 애널리스트는 퀄컴의 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퀄컴이 인텔을 아주 저렴하게 사서 관리하고, 꾸미고, 포장한 뒤 불필요한 부서를 쪼개서 고가에 팔 수 있을 것인지?', '왜 모빌아이, 알테라, 엣지그룹 등 개별 부서를 인수하지 않는지?' 등의 질문을 제기했다. 

 

루싱즈 애널리스트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와 주요 언론들은 앞다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M&A를 실시했을 때 기업 간 시너지가 발휘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퀄컴이 인텔을 인수했을 경우 얻게될 이점이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만 IT 전문 연구원 궈밍치는 "퀄컴이 인텔을 인수하면 퀄컴엔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인텔 인수로 퀄컴의 인공지능(AI) PC 칩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속화될 수는 있겠지만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평가헀다. 

 

그는 "현재 퀄컴은 AI 서버 칩에 취약한 만큼 (PC 칩 강점을 가진) 인텔 인수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라며 "인텔은 AI 서버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어 퀄컴에 매력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스테이시 라스곤 번스타인 반도체 분석가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라스곤 분석가는 "불확실한 수익을 고려할 때 매우 위험해 보이기 때문에 퀄컴이 이 거래를 추진하지 않길 바란다"며 "퀄컴은 인텔의 약점을 보완할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퀄컴이 인텔을 인수하는 것은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퀄컴이 자체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갖고싶다면 오히려 동맹국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는 평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두 회사의 합병만으로는 미국의 칩 제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최고의 칩을 찾고 싶다면 대만 TSMC나 한국의 삼성전자로 가면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텔은 계속 (경영)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데 퀄컴이 왜 그 부담을 떠안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인텔의 제조 사업은 한 명의 고객인 자사(인텔)에만 국한돼 있기 때문에 퀄컴이 인텔의 사업 체질을 개선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미 언론은 이달 퀄컴이 "인텔 사업을 인수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대표되는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이 타진되자 관련 업계에는 큰 반향이 일었다. 인텔 사업부 전체와 일부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는 가운데 양사는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퀄컴의 인텔 인수설에 불이 붙은 것은 인텔이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재진출한 파운드리 사업이 불황을 겪으며 인공지능(AI) 칩 등 미래 경쟁에서도 뒤쳐지게 됐다. 

 

인텔은 올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0억6900만 달러, 16억1100만 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파운드리 부문의 영업손실을 다른 사업부가 메꾸는 형태다. 시가총액도 859억 달러로 쪼그라들어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에서 밀려났다. 

 

상황이 악화되자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직원 1만5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투자 축소도 공식화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비롯해 전체 인력의 15% 감원, 유럽 신규 공장 설립 보류, 알테라 지분 일부 매각 등의 자구책까지 내놨다. <본보 2024년 9월 2일 참고 알테라 매각·독일 공장 중단…'몸집 줄이기' 나선 인텔, 비상 경영 체제 돌입>










테크열전

더보기




더구루인사이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