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號 '홀로서기' 반년…CJ ENM 티빙發 OTT 지각변동 요동친다

KBL 이어 ESAL 중계권 계약 체결
안정적 시청자 유입·광고 친화적

 

[더구루=김형수 기자] 윤상현호(號)의 거침없는 '홀로서기'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대표가 CJ ENM의 독자 경영에 나선 이후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 순위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만년 3위였던 티빙이 쿠팡플레이에 빼앗겼던 2위 자리를 탈환하고 1위 넷플릿스를 바짝 추격하는 대항마로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윤 대표는 그룹 내 전략 전문가로 꼽힌다. 2022년 CJ ENM 커머스 부문 대표에 오른 뒤 ‘원 플랫폼 전략’을 중심으로 단기간 내 수익성을 개선하고 신사업 성과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확대되는 국내 OTT 시장·내려앉은 티빙 순위

 

윤 대표는 다음달 5일 단독체제 반년을 맞는다. CJ ENM은 지난 4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외형 성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해 인사를 결정했다. 윤상현·구창근 공동대표 체제에서 윤상현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그룹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닌데도 대표를 바꾼 것은 그만큼 그룹 내 CJ ENM을 바라보는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CJ ENM 커머스 부문 대표와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를 겸직하게 된 윤 대표에게는 주춤하는 티빙의 국내 OTT 시장 장악력 제고라는 중책이 맡겨졌다. OTT 서비스가 신수종 사업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쿠팡플레이와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티빙을 구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활성화되고 있는 국내 OTT 시장에서 티빙은 쿠팡플레이에 주도권을 내주고 뒷걸음질 쳤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 통계를 보면 지난해 3월 17%였던 티빙의 국내 OTT 앱 시장 점유율은 지난 3월 21%로 4%p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이 8%p 증가한 쿠팡플레이(23%)에 2위 자리를 빼앗기면서 3위로 주저앉았다. 

 

윤 대표는 절치부심의 조치로 티빙 스포츠 생중계 라인업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굵직한 스포츠 중계권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키며 티빙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생중계를 선보이겠다는 복안이다.

 

스포츠 부분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윤 대표의 의중이 담겨있다. 1년 가까운 오랜 기간 이어지는 정규 시즌, 몇 주 동안 개최되는 단일 대회 등 스포츠 중계 콘텐츠는 팬덤 기반의 시청자층을 유입시킬 수 있는 데다, 고객 이탈 가능성도 낮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티빙 입지 확대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프타임 등을 활용한 광고가 가능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티빙 스포츠 콘텐츠 강화 전략 성과

 

지난 6월 한국프로농구연맹(KBL)과 프로농구 방송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을 토대로 다음달 개막하는 2024-2025시즌부터 2027-2028시즌까지 향후 4년간 프로농구 주관방송사 역할을 맡는다. 티빙 독점 스트리밍, 자사 스포츠전문채널 tvN SPORTS를 통한 전 경기 중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지난 20일 동아시아 최강 농구팀을 가리는 동아시아슈퍼리그(이하 ESAL) 중계권도 단숨에 챙겼다.2024-2025 시즌 경기를 티빙과 tvN SPORTS 등에서 생중계할 예정이다. EASL은 지난 2022년 시작된 대회로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이번 시즌은 다음달 개막해 내년 3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지난 시즌 KBL 우승팀 부산 KCC와 준우승팀 수원 KT가 참가하는 만큼 국내 농구팬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CJ ENM은 티빙을 통해 농구 이외에도 야구(KBO), 축구(2024 코파 아메리카·유로 2024), 종합격투기(UFC), 테니스(호주오픈·롤랑가로스·윔블던 챔피언십·US오픈)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생중계를 선보이고 있다. 

 

윤 대표가 꺼내든 반전 카드는 단박에 성과로 이어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 결과 기존 400만~500만명 규모였던 티빙 월간 사용자 숫자는 프로야구 중계권을 확보한 이후인 지난 5월 731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쿠팡플레이에 내줬던 국내 OTT 시장 2위 자리를 탈환했다. 

 

국내 시장 1위 넷플릭스와의 격차도 좁혔다. 지난해 2분기 넷플릭스와 티빙의 월간 사용자 숫자 차이는 700만명에 달했으나, 올해 2분기 36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향후 호주오픈 등 테니스 그랜드슬램 4개 대회에 더해 남자프로테니스투어(ATP) 중계권을 획득해 '테니스 명가'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인기 종목으로 분류되는 국가대표 축구를 비롯해 해외 주요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CJ ENM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회복이 순항을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 2분기 매출액은 1조1647억원, 영업이익은 3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03억원이었다. 매출액은 1조1647억3100만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0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CJ ENM 관계자는 "스포츠 콘텐츠가 안정적인 티빙 신규 가입자 확보 및 유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 스포츠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잠재력 있는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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