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노르웨이가 심해 채굴 관련 공개 청문회 절차를 마무리했다.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해양 생태계와 심해 서식지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노르웨이 정부는 2030년 채굴을 목표로 내년부터 라이선스를 발급할 전망이다.
노르웨이 에너지부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심해 채굴을 허용하기 위한 공개 협의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정부는 공식 청문회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오는 2030년 채굴을 목표로 2025년 상반기부터 라이선스 발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아스트리드 버그몰(Astrid Bergmål) 노르웨이 에너지부 국무장관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채굴을 허용할 지역을 발표하기 전에 모든 공개 협의 응답을 검토할 것"이라며 "정부는 국가와 기업 모두가 얻은 새롭고 업데이트된 지식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노르웨이 의회는 지난 1월 자국 수역 내 북극 해저에서 광물자원 탐사와 채굴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탐사와 채굴을 허용한 대륙붕은 약 28만1000㎢로 독일 육지 면적의 80%과 맞먹는다. 이어 6월에는 심해 채굴을 위한 첫 번째 라이선싱 라운드를 통해 노르웨이해 내 약 10만6000㎢에 달하는 386개의 면허 구역을 제안했다. 이후 3개월간 이번 공개 청문회를 거치며 대중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노르웨이는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 국내외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목적의 심해 광물자원 채취를 허용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다. 노르웨이 정부는 심해 채굴이 자국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이번 법안을 마련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개발 경쟁이 불붙으면서 전기차 제조업체와 광산회사들은 해저에 매장된 광물자원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심해 채굴은 해저에서 광물 퇴적물과 금속을 얻어내는 것으로, 노르웨이 대륙붕에는 최대 2170만t의 구리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19년 전 세계 연간 구리 생산량을 웃도는 규모다. 아연 매장량은 최대 2270만t으로 추정되며 리튬과 스칸듐 등 희토류도 매장돼 있다.
당장 해저 시추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채굴 허가를 받으려면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포함한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며 사례별로 의회와 에너지부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방법으로 채굴하며 노르웨이에 등록된 기업에만 허가를 내줄 방침이다.
다만 노르웨이 대다수 국민과 환경 보호론자들은 환경 프로토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채굴이 이뤄지면 생태계가 손상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음 진동과 빛 공해뿐만 아니라 채굴에 사용되는 연료·기타 화학물질 누출 가능성도 우려된다. 심해 생태계에 미칠 전체적 영향은 불분명하지만, 과학자들은 생물 다양성 손실이 불가피하고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