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이 중국이 리튬 과잉 공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를 제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리튬 가격이 지난해부터 대폭 하락한 가운데 중국이 글로벌 시장 균형을 무너뜨리고 경쟁국들의 주요 프로젝트를 고사시키려 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차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 리튬 생산업체들이 시장에 리튬을 과잉 공급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며 "이는 경쟁 프로젝트들을 제거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리튬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약탈적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페르난데스 국무부 차관은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방해하려는 중국의 의도적인 행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IRA는 40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미국 역사상 최대 기후·에너지 투자 패키지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첨단 기술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현재 중국은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리튬 가격은 최근 중국의 과잉 생산과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인해 지난 1년간 80% 이상 폭락했다. 이로 인해 중국 배터리 대기업 CATL 등도 일부 광산에서 생산을 중단해야 했고, 중국 자체적으로도 타격을 입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리튬·기타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자국 내 리튬 매장지를 활용해 채굴부터 배터리 제조,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포르투갈은 약 6만t의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유럽 최대 리튬 생산국이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우리는 글로벌 리튬 채굴업체들이 중국의 약탈적 가격 정책에도 불구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모든 리튬 관련 기업들이 어려운 국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앞서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 6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과 EU가 중국 기업들이 불공정 보조금을 받으며 친환경 기술을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한 데 대해 반격했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이 국제 시장에서 정당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역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EU는 지난 4일(현지시간) 1년간의 반보조금 조사를 마치고,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중국은 지난 8일(현지시간) EU산 브랜디 수입에 대해 임시 반덤핑 조치를 내리며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