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값, 트럼프 당선·중국 부양책 실망감에 하락세

트럼프發 '미국 우선주의' 관세 인상…中 경기 둔화 우려↑
中 10조 위안 부양책에도 시장 실망…"부동산 회복 부족"
BHP·리오틴토 등 글로벌 구리 생산업체 주가에도 타격

 

[더구루=진유진 기자] 구리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관세 정책과 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 등이 구리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는 분석이다.

 

12월물 구리 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11일 오후 거래에서 1.7% 하락한 t당 9320달러를 밑돌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약 6%의 손실을 본 수치다. 지난 9월 말 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구리 가격은 이후 12% 가까이 하락하며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대선 승리는 금속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발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관세 인상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구리 시장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 미국발 관세 인상이 무역을 둔화시키고 상품 수요를 낮출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주요 구리 생산업체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하며 구리 시장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특히 BHP 주가는 미국 대선 이후 6% 하락해 올해 연간 하락률이 21%를 넘어섰다. 리오 틴토와 글렌코어도 각각 3%와 6% 손실을 기록했다. 서던 코퍼와 프리포트 맥모란, 텍 리소스 등 다른 생산업체들도 3~8% 내림세를 보였다. 미국 내 거래되는 이반호 광산과 안토파가스타 주가도 8% 떨어졌고, 중국 CMOC 그룹 주가 역시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마커스 가비 싱가포르 맥쿼리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가 부과될 경우, 중국의 수출이 8% 감소하고 내년 중국 연간 국내총생산(GDP)도 2%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전 세계 구리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중국 경제 둔화는 구리 가격과 전반적인 원자재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 달러 강세와 맞물려 글로벌 성장 둔화가 원자재 시장에 추가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가비 책임자는 "원자재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겨지지만, 이번 경우처럼 강력한 수요 증가나 공급 충격이 아닌 단순한 경기 둔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관세 시행 방식과 메커니즘이 불확실하고, 중국이 내수 부양을 통해 관세 영향을 완화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발표한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도 구리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지방 정부 부채 한도를 6조 위안으로 상향하고, 4조 위안을 지방 정부 특별 채권에 투입하는 등 총 10조 위안 규모 지원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방 정부 부채 해결에 집중된 지원책은 부동산 시장과 소비 회복을 뒷받침하기엔 부족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래리 후 맥쿼리 중국 수석 경제학자는 "지방 정부 이자 부담 경감 조치는 GDP의 0.1%에도 못 미치며 지방 정부 부채 위험은 줄일 수 있겠지만, 소비 회복을 위한 직접적인 수요 창출 효과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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