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인도네시아가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에 전기차 배터리 전구체를 납품하기 시작한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수출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열린 미네르바 엑스포에서 "북말루쿠주 할마헤라섬 웨다베이 산업단지에서 생산된 배터리 전구체를 이달부터 미국으로 수출해 테슬라에 공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니켈 원광 중심 수출 구조에서 고부가가치 가공 제품 수출로 전환한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 고도화의 주요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인도네시아산 전구체는 주로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미국 수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흐릴 장관은 "인도네시아는 단순히 원료를 수출하는 국가가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생산까지 아우르는 완성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이 단순 채굴을 넘어 전기차 배터리 생산까지 이어지는 통합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의 8%가 구축된 상태로, 주요 시설은 서부 자바주 까라왕에 위치해 있다. 그는 "향후 완제품 단계의 다운스트림 제품 생산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총 28개 주요 자원의 고도화 로드맵을 수립했으며, 이 중 91%는 에너지광물자원부가 주도하고 있다. 로드맵을 실현하려면 오는 2040년까지 618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전망이다. 이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이자 생산국이며, 코발트와 망간 자원도 풍부하다. 이를 통해 전기차 생산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배터리 전구체는 고순도 니켈과 코발트, 망간을 합성해 만든 물질로, 여기에 리튬을 더하면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가 된다.
지난 2020년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한 인도네시아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정·제련소를 확충하며 국내 가공 산업을 활성화했다. 해외 기업 유치를 통해 각종 배터리 소재와 배터리 셀, 전기차 생산 공장까지 만드는 등 원료부터 전기차까지 전 과정을 자국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아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미국과 일본 간 무역 협정 사례를 참고해 미국과 배터리 소재에 한정된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으나, 인도네시아 광산과 정·제련소 등에 중국 자본이 대거 투입돼 있어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