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LG전자가 내년 초 멕시코 멕시칼리 TV 공장 문을 닫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생산 공장 폐쇄와 통합이 이뤄지며 북미 생산 전략 '새판짜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멕시코 현지에 TV와 가전, 전장 기지를 모두 갖춘 LG전자의 대대적인 사업 전략의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라보즈데라 프론테라 등 현지 외신과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말부터 멕시칼리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 수순에 돌입한다. LG전자는 가동률 등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TV 제품을 생산하는 멕시칼리 공장과 레이노사 공장의 법인 통합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1분기 중 완전히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공장 폐쇄에 따라 멕시칼리 공장 등에서 근무하던 400여 명을 대상으로 정리해고와 이동을 진행한다. 일부 인력에 대해선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공장 등 타 LG전자 생산법인으로 이전을 추진한다. 후속 조치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공장 폐쇄에 따른 내부 직원 반발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현지 직원 대상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적법절차를 통한 법적보상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노동부·경제부와도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진행상황을 논의하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왔다. 2019년부터 연료전지와 수처리, 휴대폰, 태양광 패널을 순차적으로 정리했다. 미래 먹거리인 전장을 키우면서 2018년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회사 'ZKW'를 인수하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차량용 조명을 만드는 비젤버그(ZKW Lichtsysteme)와 조명에 들어가는 전자 부품을 제조하는 비너노이슈타트(ZKW Elektronik) 공장을 합쳐 시너지를 강화했다. 멕시칼리 공장 폐쇄도 이러한 재편 과정의 연속선이라고 하나 트럼프 리스크를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 부활을 예고했다. 취임 첫날인 내년 1월20일 첫 번째 멕시코·캐나다산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지난 5월 수출입 관세 면제 조항인 '레글라 옥타바(Regla 8)'를 개정하며 맞섰다. 이 조항은 철강과 알루미늄, 섬유 등 1239개 품목에 대해 특정 기간 내 국외로 반출될 예정인 경우 관세 없이 멕시코에 들여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수입 철강·알루미늄 등 제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LG전자를 비롯해 현지에 공장을 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LG전자는 대응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멕시코를 북미 공략 거점으로 삼고 TV와 가전 등 주력 사업부터 신사업인 전장까지 투자를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상당한 피해가 관측되는 만큼 전략 수정이 절실하다.
LG전자는 1988년 멕시코에 진출하며 현지 투자를 늘려왔다. 멕시칼리에서 TV·모니터, 레이노사에서 TV, 몬테레이에서 냉장고 생산라인을 운영했다. LG전자와 캐나다 마그나의 합작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LG마그나)' 공장도 멕시코 라모스 아리즈페에 지어 작년 9월부터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