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스웨덴 배터리 제조 기업 노스볼트(Northvolt)와 포르투갈 에너지 종합기업 갈프(Galp)가 공동 추진했던 유럽 최대 리튬 합작 공장 설립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노스볼트의 파산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관련 업계에 여파가 확산하고 있다. 싱가포르 자회사를 통해 갈프와 협력하며 폐배터리 재활용 밸류체인 확대와 남유럽 거점 확보를 목표로 한 SK에코플랜트 역시 이번 사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갈프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노스볼트와 설립한 합작사 '오로라(Aurora)'를 통해 진행했던 포르투갈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노스볼트가 합작사에서 빠진 후 대체 파트너를 찾지 못하면서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단됐다.
앞서 오로라는 지난 2021년 설립돼 오는 2026년 초 상업 운영을 목표로 연간 3만5000톤(t) 규모의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을 계획했다. 투자 규모는 10억 유로(약 1조4750억원) 이상으로, 유럽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프로젝트 복잡성과 자금 조달 불확실성,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리튬 가격 하락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난항을 겪었다.
노스볼트는 지난 2016년 테슬라 임원 출신 피터 칼슨이 설립한 배터리 제조업체로, 폭스바겐과 BMW,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자들의 투자 아래 단기간에 성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전기차 수요 감소와 무리한 생산설비 확장 등으로 인해 자금난에 빠졌다.
올해 초 오로라 철수를 선언했으며, 지난달 미국 법원에 챕터11(기업이 영업을 이어가며 채무를 조정하게끔 해주는 보호 절차) 파산 보호를 신청한 데 이어 칼슨 CEO도 사퇴했다. 현재 노스볼트는 3000만 달러(약 420억원)의 현금과 58억 달러(약 8조152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최근 추가 자금 조달 시도에도 실패하며 약 10억~12억 달러(약 1조4060억~1조6870억원)의 자금 부족이 발생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번 공장 설립 중단은 SK에코플랜트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의 전기차 폐배터리 및 전기·전자폐기물(E-waste)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인 테스(TES)는 지난해부터 갈프와 협력해 남유럽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을 목표로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베리아 반도 내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 구축을 위해 갈프와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었으나, 노스볼트 사태로 갈프의 투자 여력이 약화하면서 사업 불확실성으로 인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