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형수 기자] 비판과 우려가 혼재하는 가운데 지난 9월 3일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날 배수정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이 제 9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오는 11일 취임 100일을 앞둔 지금 직접판매 업계의 시선이 배 이사장에게 다시 쏠리고 있다. 업계는 직판조합의 태생적 한계에 따른 한국암웨이 '이중대' 우려와 함께 배 이사장의 운영적 한계(?)에 따른 이해 충돌을 걱정하고 있다.
◇다단계 산업 위상 하락…낙하산 'NO 관심'
앞서 배 이사장 지난 9월 취임을 놓고 다단계 산업 위상 하락에 따른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초대 이사장(당시 박세준 한국암웨이 사장)을 제외하고 지난 2~8대 이사장이 이른바 '낙하산'였기 때문이다.
2대 이한억 이사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상임위원, 3대 정재룡 이사장은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 4대 남선우 이사장은 공정위 공보관 , 5대 김치걸 이사장은 공정위 본부국장, 6대 어청수 이사장은 경찰청장, 7대 오정희 이사장은 감사원 사무총장, 8대 정승 이사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 등 한결 같이 관료 출신였다.
이런 사례를 감안할 때 업계 출신 배 이사장의 취임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직판조합 출자사의 의사 결정자들 간에 사전 조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조치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 배경은 다단계 산업 위상이 더 이상 낙하산의 관심이 없는 영역으로 하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다단계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5조4166억원을 기록,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4억9606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감소했다. 지난 2021년 5조1831억원으로 연매출 5조원대를 돌파한 지 2년만에 4조원대로 축소됐다.
◇다단계 업계 자율 정화 성과
정반대 시선도 존재한다. 과거 '낙하산 이사장'은 공정위의 ‘다단계 대형 사고 예방’이라는 우려가 담긴 불가피한 선택였다는 해석에 근거한다. 당시 업계에서도 불벌 다단계를 근절하고 다단계 산업이 유통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거듭나는 데 있어 관료 출신 리더십을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 관점에서 배 이사장의 선임은 지난 2002년 부터 이어온 불법다단계 추방 캠페인 등 '자율 정화 성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06년 사업자 35만명, 최대 4조원에 피해를 야기한 제이유 사태를 끝으로 '다단계 대형 사고'에 대한 우려도 사실상 사라진 것도 반증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직접조합은 무등록 다단계 판매업체 관련 제보를 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고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조합 미가입 업체·불법 피라미드 업체로 인해 발생한 피해 사례를 신속히 전파하며 각별한 주의를 촉구하는 등 불법 다단계 근절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 왔다.
◇직판조합, 암웨이 ‘이중대’ 우려
다만 직판조합이 한국암웨이의 '이중대'가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초대 이사장인 박세준 전 한국암웨이 사장을 비롯해 김장환 한국암웨이 대표이사, 김경중 한국암웨이 미래재단 사무총장 등에 이어 배 이사장 까지 한국암웨이 출신이 직판조합 핵심 리더십을 꿰찼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장환 대표는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암웨이에서 직접조합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전무이사를 역임한 뒤 한국암웨이로 복귀, 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한국암웨이 출신 김경중 사무총장 역시 직판조합 경영지원팀장 등을 역임한 뒤 다단계 업체인 리만코리아 대표로 취임한 바 있다.
이는 직판조합의 태생적 한계와 운영적 한계에 기인한다. 지난 2003년 직판조합 설립 당시 한국암웨이는 자사 직원을 투입해 직판조합 설립을 주도했으며, 전체 출자금 300억원 가운데 한국암웨이 출자금은 86억원으로 30%에 달한다.
업계는 직판조합 리더십에 있어 한국암웨이의 입김(?)은 언제나 상수였으며, 이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 이사장 취임은 그동안 이어온 낙하산 이사장이 종료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직판조합 리더십에서 암웨이가 차지하고 있는 ‘입김’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배 이사장은 향후 암웨이와 관계에 있어 이해 충돌 우려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