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00단↑ 낸드' 개발 성과 내년 2월 공식 공개…'적층 경쟁' 격화

美서 열리는 'IEEE ISSCC'서 개발 성과 첫 발표
구체적인 단 수는 미공개…10세대 V낸드 기술 적용
삼성·SK 주거니 받거니 '쌓기 경쟁' 가속화…1000단 낸드도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400단 이상 3D(3차원) 낸드플래시 개발 성과를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공개한다. 엎치락 뒷치락하고 있는 '적층 경쟁'에서 승기를 잡아 '세계 최초 400단 낸드 양산 기업' 타이틀까지 확보, 글로벌 1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서 기술 리더십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국제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핀당 5.6Gb/s(초당 기가비트)를 갖춘 28Gb/㎟(제곱밀리미터) 4XX 레이어 1Tb(테라비트) 3b/cell(셀당 3비트) WF(웨이퍼)-본딩 3D 낸드(A 28Gb/㎟ 4XX-Layer 1Tb 3b/cell WF-Bonding 3D-NAND Flash with 5.6Gb/s/pin IO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400단 낸드를 소개하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구체적인 발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제목을 통해 삼성전자가 발표할 새로운 400단 낸드의 특성을 유추해봤을 때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고속 데이터 전송을 요구하는 고성능 시스템, 데이터센터와 엔터프라이즈향 저장 장치 등에 사용될 칩으로 예상된다. 

 

제목을 세세하게 살펴보면 28Gb/㎟는 1㎟당 28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칩의 밀도다. 4XX 레이어는 플래시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D 낸드 구조에서 레이어 수를 나타낸다. 정확히 몇 단인지는 나와있지 않으나 삼성전자가 최소 400단 이상을 구현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1테라비트는 약 128GB의 저장 용량이다. 셀당 3비트는 트리플레벨셀(TLC) 기술을 의미한다. WF-본딩은 고급 패키징 기술 중 하나로 반도체를 더 작은 크기로 만들고 고속 데이터 전송을 가능케 한다. 핀당 5.6Gb/s는 인풋과 아웃풋 핀에서 초당 5.6기가비트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 전송 속도를 봤을 때 400단 낸드에는 삼성전자의 10세대 V낸드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TLC와 QLC(셀당 4비트) 기반 9세대 낸드 칩은 최대 초당 3.2기가비트의 데이터 속도를 지원한다. 이번에 발표하는 낸드의 속도는 초당 5.6기가비트로, 전작 대비 75% 빠르다. 

 

삼성전자는 400단 낸드 기술 개발과 함께 양산 준비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평택 1공장 내 양산 라인에 400단 낸드 기술을 이관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산 이관은 대량 생산을 위한 수율을 확보하는 단계다. 통상 60% 이상의 수율이 확보되면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2분기 말~하반기께 양산 승인 후 생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최근 셀을 빌딩처럼 수직으로 쌓아올려 제품 성능을 높이는 '적층 경쟁'을 벌이고 있다. 회로 선폭을 좁히는 미세공정의 경우 한정된 면적에 더 많은 반도체 소자를 구현하는 게 관건인데 기술적 한계가 있다. 반면 적층 기술은 반도체 셀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쌓아 상대적으로 기술 극복이 쉬워 용량 확보와 제조원가 절감의 핵심으로 꼽힌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번갈아가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층 낸드는 SK하이닉스가 지난달 양산을 개시한 321단 1테라비트 트리플레벨셀 4차원(4D) 낸드다. 작년 8월 미국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3'에서 첫 공개한 후 오는 2025년 상반기를 양산 목표 시점으로 잡았었다. 하지만 이를 앞당겨 지난달 321단 낸드 세계 최초 양산을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가 321단 낸드를 양산하기 전까지 '쌓기 경쟁'에서 가장 앞선 곳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올 4월 업계 최초로 1Tb(테라비트) TLC 9세대 V낸드 생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적층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200대 후반대까지 셀을 적층, 약 290단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낸드 왕좌'를 지켜내기 위해 300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400단으로 직행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400단 낸드를 넘어 1000단 낸드 개발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1000단 낸드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하프니아 강유전체(Hafnia Ferroelectrics)를 적극 활용한다. <본보 2024년 5월 13일 참고 삼성전자 낸드 '적층 경쟁' 승기…'하프니아 강유전체'로 1000단 쌓는다> 일본 키옥시아는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협력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3년 앞선 2027년 1000단 낸드를 출시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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