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미국 로봇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인력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경쟁사들의 대규모 투자 유치로 입지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구조 조정을 통해 생산 집중력을 높이고 비용은 줄이기 위한 조치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사재 2400억 원을 투입하며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 자체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 10일 직원 45명을 해고했다. 이는 전체 인력의 약 5%에 해당하는 수치다. 조직 내 거의 모든 부서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로 전환하는 동안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 2021년 이후로 전체 조직을 4배 가까이 확대하는 등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 이를 토대로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자사 로봇개 스폿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기술력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호평 만큼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고 운영 비용에 대한 부담은 계속 늘어갔다. 이런 가운데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와 피규어 AI(Figure AI) 등 경쟁사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일단 혁신과 수익성에 전념하면서 격동의 물결을 헤쳐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력 감축 대상 직원들의 퇴직금도 보장하기로 했다.
로버트 플레이터(Robert Playter)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지표에 맞춰 운영을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인력 조정은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위협하는 운영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잠재적으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회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로봇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새롭게 제시되는 우선 과제들에 대한 대처 능력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로봇 시장은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 약 20%를 나타낼 전망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총 8억8000만달러(약 9600억원)를 투입,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현대차(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가 참여했으며, 정 회장도 사재 2400억원을 들여 지분 20%를 확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