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이 애플의 프랑스·벨기에 자회사를 상대로 형사 고소를 제기했다. 애플이 자국 동부에서 불법 채취된 광물을 공급받는 것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경고한 지 약 반년 만에 나온 대응이다.
민주콩고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번 소송에서 애플 프랑스와 애플 리테일 프랑스, 애플 리테일 벨기에를 상대로 △전쟁 범죄 은폐 △불법 광물 세탁 △장물 취득 △공급망 청정성을 보장한다고 속이는 허위 상업 관행 등 혐의를 제기했다.
프랑스 법원에 제출된 소송장에는 "애플 미국 본사와 애플 프랑스, 애플 리테일 프랑스는 자사의 광물 공급망이 체계적인 불법 행위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이와 함께 민주콩고 동부 지역의 분쟁 상황을 다룬 유엔·인권 보고서를 인용했다.
벨기에 자회사에 대해서 민주콩고 측 벨기에 출신 변호인은 "벨기에는 민주콩고 자원 약탈을 끝내기 위해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벨기에는 19세기 레오폴드 2세 국왕의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진 불의를 바로 잡기 위해 사법적 수단을 사용하는 민주콩고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애플의 지역 자회사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기업 책임을 중시하는 국가로 평가받아 소송 대상지로 선정됐다. 양국 사법 당국은 소송 내용을 조사한 뒤 형사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콩고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제조에 사용되는 3TG 광물(주석·탄탈룸·텅스텐·금) 주요 생산국이다. 그러나 일부 광산은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무장 단체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유엔 전문가와 인권 단체들이 지적하고 있다.
특히 광물 매장량이 많은 민주콩고 동부에서는 투치족 반군 단체인 M23 등 무장 단체들이 민간인 학살과 집단 성폭행, 약탈, 부패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르완다 집권 세력과 같은 부족인 투치족으로 구성된 M23은 지난해부터 동부에서 무장 공격을 재개했다. 민주콩고 정부는 M23를 포함한 반군 단체 배후에 르완다가 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르완다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공급망 내 3TG 제련소나 정제업체 중 어느 곳도 무장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이익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애플 측은 "원자재 광물을 직접 조달하지 않는다"면서 "공급업체를 감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며 광물 추적성을 개선하기 위한 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콩고 측 국제 변호인단은 애플이 민주콩고에서 채취된 광물을 르완다를 통해 '광물 세탁' 방식으로 조달해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이는 애플이 민주콩고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공모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