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가 러시아에서 '현대(HYUNDAI)' 상표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HD현대건설기계의 동의가 러시아 특허 당국을 설득하는 데 주효했다. 현대차가 현지 상표권을 관리하는 것은 자사 모델명과 브랜드 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특히 향후 러시아 재진출을 위한 포석으로도 여겨진다.
17일 러시아 연방지식재산권국(Rospatent)에 따르면 현대차는 'HYUNDAI' 러시아 상표권을 등록했다. 상표권 연장 신청 약 2년 만이다. 지난 2023년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음에도 상표권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오는 7월 22일까지 유효하다. 러시아 현행법에 따르면 상표 권리자가 3년간 사용하지 않은 상표는 취소될 수 있다.
HD현대의 도움이 컸다. 당초 연방지식재산권국은 기존에 등록된 HD현대 산하 HD현대건설기계의 상표권이 현대차 상표권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해 등록을 거절했다. 동일한 영문 'HYUNDAI'를 사용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양사는 상표권 사용 관련 합의를 진행했고, HD현대의 적극적인 협조로 러시아 연방지식재산권국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연방지식재산권국은 지난 10일 양사 상표권이 양립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약 1년 전 러시아 상표권을 획득한 바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 내 브랜드 상표권 보호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방지식재산권국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한 자동차, 자동차 부품, 액세서리 관련 최소 18건의 상표등록 신청서도 제출했다. 실제 상품 출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해당 상품을 복제하려는 자나 비공식 딜러로부터 상품명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는 상표권 관련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결정을 인정하지만, 법적 보호까지는 제공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에서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러시아 연방지식재산권국의 승인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가 어려움을 겪은 것도 바로 이 단계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카콜라와 스타벅스 등 러시아에서 철수한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지난해 러시아에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