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중대한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미국이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대폭 확대하며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려는 가운데 이에 대응해 러시아와 중국이 협력을 강화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블록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중국에 전년 대비 1.3% 증가한 1억850만 톤(t)의 석유를 수출했다. 수출액은 624억2000만 달러에 달하며, 러시아는 중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해 러시아의 대중국 LNG 수출량도 전년 대비 3.3% 늘어난 830만t을 기록, 수출액은 49억9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가 미국의 에너지 공세에 맞서 중국을 포함한 권위주의 국가들과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현재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통해 중국으로의 가스 공급을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건설도 검토 중이다. 브릭스(BRICS) 국가인 인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원유 수출을 늘려 에너지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량은 760만9597MMcf(백만제곱피트·1세제곱피트의 100만 배)로, 2015년(178만3512MMcf)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행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에너지 수출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LNG를 전략적 자산으로 삼아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주요 카드로 활용할 방침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럽은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상하기 위해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대규모로 수입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강력한 관세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산 LNG를 미국산으로 대체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베트남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추진 중이며, 한국도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러시아는 친서방 국가 몰도바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며 서방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1일 화상 회담을 통해 양국 간 우의를 확인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 파트너이고,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최대 석유 공급국"이라며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격적인 에너지 수출 정책은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수입 확대를 유도해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에너지 공급 네트워크가 형성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