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해 싱가포르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일궜다. 브랜드 전동화 전략을 토대로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한 데 따른 성과이다. 싱가포르의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을 병행하며 ‘친환경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3일 싱가포르 국토교통청(LTA: Land Transport Authority)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싱가포르 자동차 시장에서 총 3266대를 판매했다. 월평균 약 272대를 판매한 셈이다. 단일 브랜드 기준 현대차는 전년 대비 79.5% 증가한 2052대, 기아는 전년 대비 3.5% 성장한 1214대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각각 4.76%와 2.82%로 집계됐으며 브랜드별 판매 순위는 6위와 10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싱가포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2.3% 증가한 4만3022대로 집계됐다.
특히 현대차의 판매량이 두드러진다. 아이오닉 5·6 등 브랜드 전용 전기차 모델을 앞세운 친환경차 시장 공략이 성과를 냈다. 이들 모델은 모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생산을 맡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HMGICS는 제조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전기차 제조 기능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기아 역시 친환경차를 앞세워 판매량을 늘렸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니로EV와 지난해 1월 현지 시장에 출시한 EV9가 활약했다. 같은 해 8월 선보인 다목적차량(MPV) 카니발 하이브리드 역시 패밀리카 수요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싱가포르에서의 현대차·기아의 현지 판매량 증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도심 공해, 교통 체증 등의 이유로 싱가포르의 신차 구입비용이 전 세계적으로도 높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차량취득권리증(COE)을 구입해야만 신차를 살 수 있다. COE는 한 달에 두 차례 열리는 경매 시장에서만 사고팔 수 있는데, 1600㏄ 이상 자동차는 10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1억1300만원) 안팎에 거래 중이다. 이 외에도 등록세, 도로 이용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 차를 살 수 있다.
1위는 BYD가 차지했다. 총 6191대를 판매하며 전년 4위에서 1위로 단숨에 3계단을 뛰어올랐다. 토요타는 5736대로 2위, BMW는 5042대로 3위를 기록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테슬라가 각각 4887대와 2384대로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7위부터 9위는 △닛산(1518대) △혼다(1457대) △마쓰다(1258대) 순이었다.
현대차·기아는 지속해서 친환경차 중심 판매를 토대로 현지 판매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히 차량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충전 사업자 17곳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싱가포르의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현지 시장에서 ‘친환경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싱가포르 전기차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전동화 전환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청정에너지 전환 실현을 위해 오는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디젤 차량의 경우는 당장 올해부터 신차 등록이 불가하다.
아울러 싱가포르 정부는 전기차 사용 확대를 위해 지난 2021년 1분기 싱가포르 국토 교통청(Land Transport Authority, LTA) 산하 국립 전기차센터(National Electric Vehicle Centre, NEVC)를 설립했다. NEVC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신속한 확충 △새로운 전기차 규정 △전기차 혜택 제도 및 표준 개발 등 전기차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생태계 육성에 힘쓰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과 충전 시설 확장 등도 대표적인 주력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