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를 포함한 금속에 대해 수입 관세 부과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구리 가격이 급등했다.
구리 선물 가격은 26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장중 4.9%까지 상승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도 0.5% 올랐다.
이 여파로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광산기업 '프리포트 맥포란'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6% 넘게 뛰었다.
이미 올해 구리 시장은 관세 부과 가능성을 둘러싼 투자자 베팅으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와 런던금속거래소 간 구리 선물 가격 차이는 톤(t)당 1000달러까지 벌어졌다가 700달러로 좁혀진 상태다.
모건스탠리는 "구리 관세 부과 시기와 규모의 불확실성, 중국 정책 변화 등이 겹쳐 시장 간 가격 차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국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구리 수입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긴급 수입 제한 또는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구리 산업이 글로벌 기업들의 공격으로 파괴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이후 금속 분야에서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 정부는 구리 원광, 정련동(제련된 구리), 구리 합금, 고철 및 파생 제품을 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조사는 최대 270일 이내에 완료될 예정이다.
구리는 전기차(EV)와 인공지능(AI), 전력망 등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미국은 지난해 96억 달러(약 13조7500억원) 규모의 구리를 수입했으며, 주요 공급국은 칠레(35%), 캐나다(25%)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중국이 철강·알루미늄과 마찬가지로 구리 시장에서도 초과생산과 덤핑을 하고 있다"며 중국산 구리 제재를 암시했다.
한국 역시 영향을 다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5억7000만 달러(약 8160억원) 상당의 구리 제품을 수출했고, 4억2000만 달러(약 6030억원)어치를 수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