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다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된데다 완성차 제조사들의 기술 내재화 추세까지 더해지면서 LG가 한층 더 치열해진 경쟁 환경에 놓인 결과로 보인다.
구 회장은 미국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MotorTrend)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모터트렌드 파워리스트(2023 MotorTrend Power List)' 50인 중 24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위에서 14계단이나 하락했다.
모터트렌드는 구 회장에 대해 "LG는 배터리, 전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로봇공학,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을 포함해 오늘날의 자동차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구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와 전장 부품 시장에서 LG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비(非) 완성차 업계 인사로서 드물게 10위권 내 올랐었다. 2023년 20위에서 2024년 10위로 순위가 급등하며 LG의 글로벌 영향력을 입증했다.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LG전자(VS사업본부·LG마그나이파워트레인·ZKW),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까지 주요 계열사들 간 전장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존재감을 높였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데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LG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지며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와 전장 기술 내재화를 적극 추진하며 외부 공급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테슬라는 물론 중국 비야디(BYD),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 등은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현대 웨이'라고 명명한 전동화 역량 강화 중장기 전략 일환으로 리튬이온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연내 전고체 배터리 시범 양산에 돌입하고 오는 2030년 양산한다는 목표다.
전기차 시장 수요 감소도 순위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관측된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모델 출시를 연기하거나 생산 목표를 조정하며 배터리 기업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 실제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시간에 얼티엄셀즈 3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해당 공장 지분 전량을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키로 했다. 현재 얼티엄셀즈 3공장 가동 계획은 지연된 상태다.
모터트렌드는 지난 1949년 미국에서 창간된 자동차 분야 최고 유력매체다. 매년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50인의 파워리스트를 공개한다. 모터트렌드 파워리스트는 모터트렌드 에디터들과 자문위원들의 엄격한 평가와 비공개 투표를 통해 작성되고 순위가 결정된다.
올해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사장)이 1위인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이밖에 국내 업체 소속 기업인으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2위) △이상엽 현대차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18위)△클라우디아 마르케스 현대차 미국 법인 최고운영책임자(20위) △루크 동커볼케 제네시스 최고창의책임자(29위) △카림 하비브 기아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35위) 등이 순위권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