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인천)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후 대한항공을 둘러싼 매각과 구조조정 등 각종 설(說)에 대해 일축했다.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진에어’ 등 투트랙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톱’ 캐리어로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조 회장은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신규 CI 공개를 기념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에어부산 분리 매각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부산은 우리나라의 제2 공항으로서 중요한 만큼 합병 후에도 통합 진에어가 에어부산이 지금까지 부산에서 했던 역할 이상을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합 진에어는 다른 저비용항공사(LCC)들과 달리 단거리 위주로 유지할 계획"이라며 "관광 수요가 많은 노선을 중심으로 취항을 이어가고 가장 경쟁력 있는 기종을 선택해 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이 대외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조 회장은 "현재로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처우 등이 많이 차이가 있지만 통합 출범 전까지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공평하게,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에서 진행할 것"이라며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직원 교육이나 서비스 품질 개선 등에 대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새로운 CI 발표를 기점으로 통합 대한항공 출범 준비를 위한 신호탄을 쐈다. 조 회장은 오는 2027년 통합 완료 목표 전 CI를 미리 공개한 이유에 대해 "기업가치 체계라는건 바꾸는데 명칭만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실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바뀌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투자도 지속한다. 조 회장은 "현재 엔진공장을 비롯해 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합병 후 기단이 급격히 커진 만큼 통합 대한항공 출범 이후에도 정비 등 안전과 관련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합 후 규모로 보면 전 세계 항공사 11위로 추정하고 있다"며 "저희는 규모보다는 질을 더 따져 가장 안전하고, 가장 고객들과 직원들이 사랑하고, 언제나 고객들이 믿어주시는 항공사가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한항공, 41년 만에 로고 교체…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태극마크' 계승·발전
대한항공은 이날 신규 CI(Corporate Identity)와 대한항공 고유의 태극마크를 현대적인 이미지로 재탄생시킨 새 로고를 발표했다. 준비에만 약 3년이 걸린 새로운 CI는 글로벌 ‘톱' 캐리어로서 대한항공의 향후 50년을 책임질 얼굴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CI는 대한항공 태극마크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해 미니멀하면서도 트렌디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태극마크 옆 항공사명을 보여주는 로고타입 ‘KOREAN AIR’의 디자인은 서체 끝에 적용된 붓터치 느낌의 마무리와 부드러운 커브, 열린 연결점 등으로 한국식 우아함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신규 로고는 대한항공의 상징인 태극마크(심벌)와 영문명 ‘KOREAN AIR’(로고타입)를 나란히 배치했다. 시각적 전달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심벌과 로고타입 ‘KOREAN AIR’를 모두 표기한 방식 △심벌과 로고타입을 ‘KOREAN’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방식 △심벌만 사용한 방식 등 3가지 단계로 구분해 사용할 계획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통일하기 위해 대한항공 전용 서체와 아이콘을 개발했다. 로고타입과 동일한 디자인 특성을 적용했으며, 대한항공 홈페이지를 포함해 공항, 라운지, 기내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 대한항공 다크 블루(Korean Air Dark Blue) 단색을 사용하고 메탈릭(metallic) 효과를 더한 페인트를 새로 개발, 고유의 하늘색 계열 색상을 유지하면서도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했다.
로고 배경에 사용되는 3D 모티프(Motif)와 2D 패턴(Pattern)도 선보였다. 3D 모티프는 태극 문양의 역동적인 곡선에서 영감을 얻었다. 3D 모티프는 체크인 화면, 모바일 스카이패스 카드, 홈페이지 등 고객들이 접할 수 있는 주요 디지털 화면에 공통적으로 적용한다. 2D 패턴은 한국 자연의 산세 풍경과 태극의 부드러운 곡선을 차용한 패턴, 조각보 패턴 등 2가지로 구성했다. 2D 패턴은 3D 이미지 구현이 어려운 직물(패브릭)과 종이 등에 활용한다.
대한항공이 새 로고를 공개하기는 1984년 태극마크 이후 41년 만이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도장을 비롯해 기내 서비스 물품 등 고객 접점에 있는 모든 곳에 신규 CI를 순차적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후에는 본사 격납고에서 '라이징 나이트(Rising Night)' 행사를 열고 보잉 787-10 (HL8515) 항공기에 새 CI를 입힌 도장, 리버리(Livery)도 공개했다. 대한항공 새 로고로 처음 옷을 갈아입은 이 항공기는 오는 12일 오전 인천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로 향하는 KE703편에 투입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기종부터 시작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 후 전 기종에 신규 CI가 적용되는 데까지는 3~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새로운 항공기 도장은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로서의 자신감을 나타내기 위해 로고타입 'KOREAN'을 볼드하게 표현했다. 새로운 태극마크의 디자인 특징을 항공기 도장에도 적용해 부드러운 곡선이 동체를 가로지르게 했다.
조 회장은 라이징 나이트 환영사에서 "통합 대한항공은 앞으로 마음과 마음, 세상과 세상을 하늘길로 연결하겠다는 수송의 더 뜻깊은 가치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누구도 넘보지 못할 안전 체계를 갖춰 특별한 고객 경험을 선사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할 것"이라고 향후 대한항공이 나아갈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 “통합 대한항공은 이제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사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랜 시간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하나로 보듬고, 장점을 살려 문화를 융합해 세상에 볼 수 없었던 새롭고 멋진 항공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내식·기내 서비스도 업그레이드…트렌디 더해 특별한 여행 경험 선사
대한항공은 같은날 오전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기내식 신메뉴와 업그레이드 된 기내 서비스도 공개했다. 신규 CI 론칭을 계기로 보다 고급화한 기내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서울 한남동 소재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Cesta’의 오너 셰프인 김세경 셰프와 협업해 신규 기내식 메뉴를 개발했다. 상위 클래스의 경우 아뮤즈부쉬(Amuse Bouche)와 애피타이저(Appetizer) 메뉴를 고급화하여 기내에서도 파인다이닝 경험을 제공한다. 문어 영양밥, 차돌박이 비빔밥, 전복덮밥, 신선로 등 모던하고 트렌디한 한식을 개발한 신규 메뉴도 선보인다. 일반석 기내식으로 제공되던 한식도 기존에 나물과 쇠고기 위주였던 비빔밥을 연어 비빔밥, 낙지제육덮밥 등으로 다양화한다. 또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두부팟타이, 매운 가지볶음, 로제 파스타 등 다채로운 메뉴를 도입한다.
기내식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도록 기내 기물도 프리미엄 라인으로 리뉴얼했다. 우선 해외 유수 브랜드와 협업해 최고급 기내식에 어울리는 식기를 엄선했다. 일등석은 세계적인 프랑스 명품 브랜드 베르나르도(Bernardaud) 차이나웨어, 크리스토플(Christofle) 커트러리, 독일 리델(Riedel) 와인잔을 사용하며, 프레스티지석은 아르마니/까사(Armani Casa) 식기와 와인잔으로 서비스한다.
편안한 여행을 위해 상위 클래스 베딩(Bedding)은 이탈리아 럭셔리 침구 브랜드 프레떼(Frette) 제품을 도입한다. 특히 일등석에는 기능성 신소재를 적용한 매트리스와 프레떼 편의복을 서비스해 더욱 쾌적한 경험을 선사한다.
기내 편의용품을 담은 상위 클래스 어메니티와 파우치는 영국 하이엔드 브랜드 그라프(Graff)와 협업했다. 어메니티 파우치는 네이비, 그린, 블랙 3종 색상을 8개월마다 바꿔 제공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ESG 경영 방침에 따라 어메니티 구성품의 비닐 포장을 최소화하고, 칫솔 손잡이와 안대, 이어플러그 케이스 등에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점도 특징이다.
대한항공 신규 기내식과 리뉴얼 된 기내 서비스는 오는 12일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장거리 주요 10개 노선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6월부터 장거리 전 노선, 올해 9월부터는 중·단거리 모든 노선에서 신규 서비스를 차례로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