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스페인이 자국 내 광물 개발을 본격화한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 원자재 확보를 위해 탐사에 나서며, 순환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광물 재활용도 추진한다.
스페인 생태전환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2025-2029년 광물 원자재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유럽연합(EU)이 지정한 전략 광물 확보를 목표로 하며, 자원 조사와 광물 산업 육성을 핵심으로 한다.
행동 계획은 △광물 원료 공급망 효율화 △광업의 지속 가능성 강화 △광물 수입 시 환경·지정학적 요건 준수 △재생에너지·전기차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전략 산업용 원자재 확보 등 네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수립됐다.
조안 그로자드 스페인 에너지부 장관은 "원자재 관리의 '360도 접근법'을 통해 자원 탐사, 재활용, 수입 원자재 추적, 환경 복원까지 포괄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굴로 오염된 토양 정화에도 4억 유로(약 6310억원)를 투입할 방침이다.
스페인이 국가 차원의 광물 탐사를 실시하는 것은 지난 1969~1970년 '국가 광업 계획' 이후 처음이다. 기존에는 첨단 산업 필수 광물을 중점적으로 탐사한 적이 없었다.
이번 계획에는 스페인 지질·광산연구소(IGME-CSIC)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미개발 광산 조사를 진행한다. 폐광·기존 광산에서 버려진 광물을 재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스페인은 1000개 이상의 폐광·광미 더미에서 유용한 원자재를 추출하는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스페인 정부는 광물 탐사와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두 가지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최근 EU와 스페인 환경 규정과 일치하는 광산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스페인은 이미 EU 내 주요 광물 생산국이다. 세계 1위 지붕용 슬레이트 생산국이며, 대리석 생산 2위, 화강암 3위다. EU 내 유일한 스트론튬·세피올라이트 생산국일 뿐만 아니라 형석·석고 생산 1위, 구리·마그네사이트·칼륨염 생산 2위로, 현재 2600개 이상의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희토류와 주요 원자재 시장은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희토류 접근을 요구하는 등 원자재 확보를 둘러싼 국제 경쟁이 치열하다. 스페인은 자국 내 리튬과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의 매장량을 확인하고 공급망을 강화해 유럽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