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삼성중공업이 중국 '통(統)하청'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내는 3년치 일감이 쌓여 있어 배를 건조할 도크가 부족하자 중국 조선소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그동안 삼성중공업 중국법인에서 선박 블록(선체 기본 구조물)을 제작해왔는데 아예 중국 조선소에 통째로 선박 건조 하도급을 줘 생산 유연화에 나선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그리스 센트로핀으로부터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건조를 위해 중국 조선사 팍스오션(Paxocean)과 하도급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다. 센트로핀에서 4778억원에 수주한 4척의 유조선을 팍스오션에서 건조하는 방식이다. 신조선 인도는 오는 2028년 12월로 예상하고 있다.
2010년 출범한 팍스오션은 40만DWT(재화중량톤수)급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드라이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유조선 설계와 주요 기자재 구매는 삼성중공업이 맡고, 선박 건조 도크와 인력 등을 팍스오션에서 제공한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건조가 시작되는 시점에 생산 전문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이 중국 조선사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은 지난해부터 활용됐다. 국내 조선소에 수주가 쌓이는 상황에서 배를 건조할 도크가 부족해 새로운 건조 전략으로 중국 조선소가 떠올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그리스 선사 다이나콤탱커스 매니지먼트에서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건조를 위해 팍스오션과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걸 팍스오션이 하청 건조해 공급한다.
중국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게 되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중국이 원자재와 인건비 등 측면에서 원가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더 낮은 가격에 수주를 해도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 조선소에서는 주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고 유조선과 같은 일반 선박은 중국 조선소에 하도급을 주면 수주 선종은 늘리면서 수익도 챙길수 있다. 또 선박 건조 책임은 한국 조선소가 맡아 낮은 가격에도 품질 보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산 선박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중국 조선소의 하청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글로벌 국가 대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도 글로벌오퍼레이션 전략에 중국 외 국가 건조 역량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조건이 되면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 지역 조선소와도 협력할 계획이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중국 현지법인으로 '영성(荣成)유한공사'만 운영하고 있다. 영성법인은 선박을 만들 때 필요한 블록을 제작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납품한다. 영파유한공사와 영성가야선업유한공사를 청산하면서 영성법인의 생산 설비와 기술을 집결, 생산 효율화를 극대화하고 있다. <본보 2024년 6월 3일 참고 삼성중공업, 中 룽청에 LPG 단열탱크 제조공장 구축...친환경 선박 기술 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