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피코초' 수준 세계 최초 초고속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 개발

中 상하이 푸단대 연구 성과 네이처에 발표
'초당 25억 회' 400피코초 속도 반도체 소자 개발
미중 갈등 속 中 반도체 자립 '속도'…연구 활발

[더구루=정예린 기자] 중국 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 미중 갈등 속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성과가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에 힘을 실어줄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상하이 푸단대학교에 따르면 저우펑(Peng Zhou)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2차원 디랙 그래핀(Dirac graphene) 채널을 적용한 새로운 구조의 플래시 메모리 소자 'PoX(Phase-change Oxide)'를 개발했다. 이 소자는 1비트의 데이터를 400피코초 만에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400피코초는 기존 휘발성 메모리보다도 빠른 속도로, 현재까지 보고된 메모리 중 가장 빠른 데이터 쓰기 성능이다. 400피코초는 초당 25억 회의 연산에 해당한다. 특히 1초를 1조 개로 나눈 시간 단위인 피코초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세계 최초 비휘발성 메모리라는 점에서도 기술적 의미가 크다. 

 

전통적인 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유지할 수 있는 비휘발성 특성을 갖췄지만, 데이터 처리 속도는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에서 밀리초(1000분의 1초) 수준에 머물러왔다. 반면 휘발성 메모리인 S램과 D램은 나노초(10억분의 1초) 단위의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만, 전원이 꺼지면 정보가 사라지는 한계가 있다. PoX는 이 두 가지의 장점을 결합,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유지하면서 기존 휘발성 메모리보다 빠른 성능을 구현한 새로운 형태의 저장장치를 제시한 셈이다.

 

연구팀은 플래시 구조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실리콘 대신 전하 이동성이 뛰어난 2차원 디랙 그래핀을 채널 재료로 사용했다. 또 메모리 채널의 가우시안 길이를 정밀 조정해 '2D 초고속 전하 주입(2D-enhanced hot-carrier injection)' 현상을 유도, 기존 전계 기반 플래시 메모리 대비 수십 배 빠른 속도의 데이터 기록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공정 테스트 조건을 최적화함으로써 소자의 안정성과 반복성도 높였다. 실험 결과, 550만 회 이상의 반복 동작 후에도 성능 저하가 없었으며 전압 3.7볼트(V) 기준에서 단위 길이당 60.4피코암페어(pA)의 높은 주입 전류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미 PoX 상용화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했다. 현재 기존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이 기술을 적용해 지연과 과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향후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는 물론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기술적 성과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로 인해 첨단 메모리와 AI 반도체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독자적인 차세대 메모리 소자 개발은 반도체 자립을 향한 ‘기술 굴기’ 전략의 핵심 성과로 평가된다.

 

미국은 지난 2022년 이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에도 규제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반도체 자립 프로젝트를 강화해왔으며, 푸단대·칭화대 등 주요 대학과 화웨이, YMTC(양쯔메모리) 등 민간 기업이 신소재·차세대 구조 기반의 반도체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연구 결과는 '2D 강화 핫 캐리어 주입으로 구현된 서브나노초 플래시 메모리(Subnanosecond flash memory enabled by 2D-enhanced hot-carrier injection)'라는 제목으로 지난 16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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