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스타트업 '배터리 에보(BatteryEVO)'와 1년여간 이어진 법적 분쟁을 최근 전격 마무리했다. 온라인에서 불거진 허위 품질 논란이 불필요한 소송으로 비화했으나, 양사가 분쟁을 종식하며 향후 관계 개선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21일 배터리 에보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에보는 최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분쟁을 최근 법적 책임과 과실을 묻지 않는 조건의 '무과실 합의(no-fault settlement)'로 종결했다. 배터리 에보가 LG에너지솔루션에 명예훼손 관련 합의금을 지급했고, 양사는 상호 명예 훼손과 계약 위반 문제에 대해 일체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합의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양사 간 분쟁은 지난 2023년 하반기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특히 레딧 등에서 배터리 에보가 LG에너지솔루션의 리콜된 리튬이온배터리를 활용해 만든 재활용 배터리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익명 게시물이 다수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게시물에 ‘불량 셀 유통’, ‘리콜 배터리 재판매’ 등의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관련 내용이 투자자와 고객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자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2월 캘리포니아주 스탠리 모스크 법원에 배터리 에보와 모회사인 IT 에셋 파트너즈(IT Asset Partners)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 브랜드 가치를 훼손해 기업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에보 역시 제품의 품질 관리 및 배터리 활용 과정의 적법성을 입증하며 LG에너지솔루션에 맞불을 놨다. 배터리 에보는 자신들이 확보한 배터리 셀 대부분이 팩토리 리콜 사유와 무관한 ‘정상 제품’이며, 미국 내에서 독자적으로 테스트 및 품질 확인 절차를 거쳐 재사용하고 있다고 적극 반박했다.
장기간 이어진 법적 논의 끝에 양측은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평판과 사업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공감하며 협상에 나섰다. 오랜 소송전이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는 조건에서 법적 절차를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배터리 에보는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배터리 기술 스타트업으로, 차세대 배터리 솔루션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공장에서 리콜된 전기차 배터리 중 성능에는 문제가 없는 셀(최대 90%)을 선별해 재활용하는 '세컨드라이프'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판매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한 배터리 셀을 기반으로 제품을 제조해왔으며, 대표 제품인 이동형 전력 시스템 ‘코모도(Komodo)’를 미국 전역에 공급하고 있다.
월슨 왕 배터리 에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안은 제품 결함이 아닌 잘못된 정보로 인해 발생한 분쟁으로, 누군가 충분히 협력할 수 있었던 관계를 분열시키려한 것"이라며 "우리는 고철이 아닌 프리미엄급, 손상 없는 배터리 셀을 재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